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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경상도 남자와 서울여자
기사입력: 2006/12/05 [11:10]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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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본지 논설위원

서울 가정법원에 2006년 1월부터 7월까지 이혼신청 건수는 2천500여 건으로, 결혼생활 26년 이상 19%, 16~25년 사이가 26%를 나타내고 있다. 가부장사회 분위기에 빠져, 반생을 살아 온 이들이 호주제 폐지로 인해, 가부장적 가족구도가 해체되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문화적 갈등이 한국사회를 급속히 변화하게 하는 것 같다.

이혼의 배경을 살펴보다가 가장 이질적인 문화를 가짐직한 경상도 남자와 경기도 여자의 문화를 비교해보고 싶어졌다. 살 맞대고 살아가면서 인생의 향기를 느끼는 것이 지식의 유무가 아니라 푸근한 향토내음 가득한 인간미에서 오는 것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면서 말이다.

경상도를 설중고송(雪中孤松)이라 하였는데, 성질이 우락부락하고 고집이 세며, 사람 맘이 조용하고 경솔함이 적다하여 이렇게 칭하였다 한다. 경기도를 경중미인(鏡中美人)이라 하여, 교제술에 능하며 누구에게나 마음을 주는 듯 하면서도 속은 찬물속의 술과 같아 거울에 비치는 미인처럼이나 바라볼 수 있을 뿐, 접촉할 순 없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라는데, 이지적이고 명예를 존중한다하여 조선 정조 때의 문신 석재 윤 행임이 사자단구로 평하였다 한다.

경상도 남자들은 남을 쉽게 믿다가 수가 뒤틀려 버리면, "니 그것 아니데이" 판단되면, 자기에게 불리하다해도 끝장을 낸다. 인사말조차 퉁명스럽지만, 속내는 친근과 다정함이 담겨있는 얼굴 표정에서 나오는 표현을 읽어야 진짜다. 자기를 제아무리 은인처럼 도와주는 사람일지라도 "고맙심더" 한마디 하면 그만이다. 그 말밖엔 못하지만, 결코 은혜를 저버리지 않고 가슴속에 묻어두고 있다가 기어이 보답하는 보리문둥이 기질이 있다.

서울사람은 미꾸라지같이 약삭빠르게 움직인다하여 서울깍쟁이라 불리는 만큼, 싹싹하고 곰살맞게 인사나 경우가 몹시 밝은 것처럼 굴지만, 겉발림만 하는 통에 화려하고 아름다워도 실속이 없다는게 문제라는데, 경상도 남자와 서울 여자가 서로 만나 같이 산다면 어떻게 살까? 

남녀의 가장 큰 차이 중에 하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문제가 으뜸일 것인데, 스트레스가 생길 때, 내면으로 스며들 듯, 구겨 넣는 경상도 사람과 모조리 밖으로 발산하는 서울여자가 결혼했을 때, 나타날만한 반응을 생각해 보자.
 
자기문제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남성다운 태도라고 신앙처럼 믿어버린 오랫동안 몸에 베인 경상도 남편이 아내에게 속내를 도무지 털어놓질 못하므로 아내가 물으면, "마~ 됐다" 한마디로 일축하면, 함께 오순도순 대화하고 감정을 나타내어가면서 자신을 인정해주기 바라는 여성들의 사회적 , 법적 지위가 높아진 사회변화를 도무지 느끼지 못하는 남편에게 서울 아내가 어떻게 공격할까.
 
참고참고 참았지만, 더 이상 감정의 장벽에 갇혀 억눌려 온 자신을 비참으로 몰아가면서, 문제는 발생한다. "말이 안통해서 더 이상 못살겠어요! 내 인생 변상해요" 반란을 일으키면, 경상도 간 큰 남편 왈, "니 맘대로 해삐라!", "맞 묵을라카네, 이래서 여자는 간 키우면 안되는 긴데..." 그러다가, 영영 돌아서게 된다고 한다. "알라(자식)들은 우짜란 말이가?"

남녀는 의사전달 방법이 다르다. 지방색깔 역시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 느끼고 반응하고 행동하고,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모두모두 다르다.

힘든 인생 살아가면서 힘들다 말 한마디 못하고 속내를 드러낼 줄조차 모르고 혼자 씁쓸히 견디는 남편들!

단지 책임감으로 버티는 인생이 아니라, 폐부에서 우러나오는 근본적인 삶의 에너지를 찾아 발굴해 내는 회복의 길로 가야 할 터. 아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향해 꽁꽁 닫힌 마음 한 자락만 열면 되는데...

그 마음을 열기위해 등을 돌리기 전 부부가 함께 노력해 보자. 자기중심적 고착화된 구조의 틀이 가정파괴의 원흉이다. 이것부터 깨 부셔보자. 그러기 위해서 신뢰와 책임, 협조와 애정이 촉발되도록 서로 고무함을 아끼지 말자. 자존심을 좀 내려놓고, 인격의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인간의 존엄을 높이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시점이 오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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