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인쇄되어 받아 본 내 시조집이지만 늘 허허롭다는 마음이 더 크다. 그만큼 채우고자 했던 마음이 다 채워지지 않고 허울만 담겼다는 것이다. 열 번이 넘는 시집을 발간하면서 어떻게 채워야 내 마음을 제대로 잘 채우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싶으나 잘 모르겠다.
「참깨밭에서」라는 작품도 참깨밭에서 느낀 것이 아니다. 유연히 낚시를 하는 어르신과 함께 낚시터에 앉아 있다가 끊었던 담배 한대를 얻어 피우며 인생이라는 낚시는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며 쓰게 되었었다. 삶이라는 낚시는 나를 미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내 삶의 미끼가 지금은 건강하고 어느 정도 활동력이 있어 그럭저럭 쓸모를 갖고 있지만 꽃처럼 지고 나면 쓸모를 잃을 것이다. 꽃도 피어 열매를 맺기까지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향기와 아름다움을 지니는 것이 열매를 맺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꽃마다 꽃의 낚시법이 다 다르다.
참깨 꽃이 피어 참맛을 낚아내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그 노력의 결과가 참맛을 낚아 참깨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나는 내 삶의 맛을 어떻게 익혀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 삶의 맛을 내가 어떻게 구별하겠는가. 건강한 삶의 맛이 흩어지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시인 임영석
시집 『받아쓰기』 외 5권
시조집 『꽃불』외 2권
시조선집 『고양이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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