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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골편지.15 -숲 / 문모근
하루살이가 잠깐 보고 갔습니다
노랑나비도 보고 갔습니다
참새가 보고 갔습니다
꿀벌이 보고 갔습니다
호랑나비도 보고 갔습니다
자벌레가 아주 느린 걸음으로 보고 갔습니다
참새보다 조금 큰 새가 보고 갔습니다
말벌이 보고 갔습니다
달팽이도 보고 갔습니다
거미가 기웃대다가 그냥 갔습니다
파란 나뭇잎들이 보고 갔습니다
쇠파리가 보고 갔습니다
햇살도 슬쩍 곁눈질로 보고 갔습니다
숲이 이상하다고 난리입니다
자기하고 닮지 않았다고
하나도 안 닮았다고
웃긴다고 아우성입니다
못생겼다고
엄청 못났다고 즐거워합니다
문모근 시인
ㆍ1992년 《시와 시인》 등단, 한국문인협회원,울산문인협회원,울산북구문학회원
ㆍ계간 《스토리문학》편집위원 및 추천심사위원, 시집 『월요일에는 우체국을 간다』 외 4권
ㆍ2016년 천상병귀천문학상수상, 2021년 스토리문학상 대상 수상, 2022년 울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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