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사람 사는 속내가 다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어느 산에 가 봐도 나무가 자라는 모습이 비슷하지 똑같다는 것을 느낀 적이 없다.
시인들의 시도 숲속의 나무처럼 서로 비슷비슷 사람 사는 모습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느낀다. 한기옥 시집을 읽으며 유독 많은 부분들이 사람 삶의 거리에 바짝 다가서 있다는 느낌이다. 세상 어느 누구도 사람 사는 삶의 이야기를 빼고 드나들 수 있는 사립문은 없다고 본다.
읽어보는 시 「아무 말 못하겠다」라는 것은 햇살이 매일 같이 집 앞 뜰에 와 있다는 것이다. 그 햇살 달아날까 봐 어떤 말도 못하고 숨죽여 지켜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세상 삶이 그 청초한 두근거림으로 살아간다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햇살이 세상을 밝게 비추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간단하다. 지구가 제 몸을 매일매일 앞뒤 가리지 않고 뒤집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최영철 시인은 그런 햇살이 감이 익었는지 찔러본다고 했고 강아지가 졸고 있는지 찔러본다고 말했다.
햇살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느냐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햇살은 세상의 것들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끈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아무 말 않고 그 햇살을 다시 지켜보기로 한다.
시인 임영석
시집 『받아쓰기』 외 5권
시조집 『꽃불』외 2권
시조선집 『고양이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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