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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홀리다”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드뷔시의 피아노 독주곡 “월광”
(Beethoven piano sonata no. 14, in c-sharp minor, Op. 27, Debussy, Clair de lune from Suite Bergamasque)
 
UWNEWS 기사입력  2018/08/23 [16:18]
▲ 김윤영/음악칼럼니스트     ©UWNEWS

어두운 밤하늘에 초승달이 예쁘게 떠있다. 컴컴한 어둠속에서 가장 환하게 웃고 있는 달빛을 만나면 괜히 반갑고 또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등골 오싹해 지는 전설이나, 믿거나 말거나 할 미신을 하나둘 떠올리게 되는데,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달빛과 관련된 전설이나 미신이 유독 많았다. 그래서인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달빛이 복선이나 상징의 의미로 자주 사용되곤 하였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되었던 밤도 숨 막힐 듯 한 보름달이 뜬 밤이었다. 달이 차고 기우는 시기로 달력(음력)을 만들어 사용했던 동양의 전통이 말해주듯 달은 우리네 삶과 밀접하게 이어져왔다. 서양에서도 달빛이 주는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에 예로부터 미신이나 전설이 내려왔는데, 예를 들면, 보름달이 뜨는 날 그 아래에서 잠을 자면 사람이 늑대인간으로 변한다는 전설 같은 것 말이다. 

 

달빛은 월광(月光)이라고도 하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이 “월광(Mondschein)”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단순한 선율에 절묘한 화성이 합쳐져 아름다운 걸작이 탄생 되었는데, 이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중 가장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는 곡 중의 하나일 것이다. 조용하고 잔잔하게 물결이 일렁이는 것 같은 1악장을 들으면,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 반복되는 셋잇단음이 내 몸을 점점 침잠 시켜 어둠의 끝까지 끌어당기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 곡은 베토벤의 귀가 거의 멀었을 때 쯤 작곡 되었는데 사랑하는 여인에게 헌정되었다. 비록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월광”은 베토벤 본인이 붙인 제목은 아니지만, 탁월한 작명이 아닌가 생각된다. 

 

 

 

달빛을 소재로 즐겨 작곡한 또 다른 작곡가는 클로드 드뷔시 (1862-1918)가 있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의 제3곡 “월광 (clair de lune)"과 전주곡 2집의 7번 ”달빛 쏟아지는 테라스“가 있다. 두 곡 모두 유혹적인 달빛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특히 드뷔시의 ”월광“은 필자가 좋아해 즐겨 듣는 곡 중의 하나인데, 이 곡만큼 신비롭고 아름다우면서 몽환적인 곡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달에 홀린다는 표현처럼 음악에 홀리기 딱 좋다고 해야 할까. ‘어둡고 고요한 밤바다 위에 환하게 반짝이는 달빛. 달의 그림자가 바다 위에 걸려있네. 물결이 출렁이며 내 마음도 출렁이기 시작하는데......’ 이때 이 곡이 생각나는 것이다. (궁금한 사람은 밤바다로 가서 달을 보며 이 곡을 들어보길 바란다.) 이 음악을 들으면 나의 혼이 달빛에 흡수될까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뱀파이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트와일라잇“에서 사용되기도 하였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Suite bergamaque, 1890년 작)은 드뷔시가 이탈리아의 베르가모 지방을 여행하며 영감을 받아 작곡을 하였는데, 원래 이 용어는 베르가모 지방의 춤곡에서 유래되었다. 총 4곡 구성으로 “월광”이 가장 유명하다. 드뷔시는 이전의 음악어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은 선구적인 작곡가로도 유명한데,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이론 따위는 없다. 그냥 들으면 된다. 들어서 즐겁다면 그것이 법이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들으면 불협화음도 들리고, 어디선가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단 전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면 되는 것 같다. 그가 죽은 지 올해 100주년이 되었다. 한 세기가 지났지만 그의 곡은 촌스럽기는커녕 아직도 세련되게 들린다. 100년이 지나도 하늘에 보이는 저 달은 같을 터. 장소도 시간도 초월한 달을 보며 베토벤과 드뷔시의 “월광”을 비교 감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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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8/23 [16:18]  최종편집: ⓒ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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