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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의 ‘클래식 음악’ 산책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
기사입력: 2019/01/18 [11:34]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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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영/음악칼럼니스트     ©UWNEWS

최근 책 한권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많은 유명 작곡가들을 길러낸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 (Nadia Boulanger, 1887-1979)에 관한 책 이었어요. 책을 읽을수록 보통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읽는 내내 감동받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작곡가들을 길러낸 선생님에게 개인레슨을 받는 기분이었어요. 그동안 갖고 있었던 음악공부에 대한 갈증과 궁금증, 그리고 교육 철학까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 것이 없어 문장들을 곱씹으며 여러 번 읽었습니다. 그래서 제 음악칼럼에 이 분을 꼭 소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세상에 널리 알리고, 특히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 이었거든요. 

 

나디아 불랑제는 1887년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대를 잇는 음악가 집안에서 성악가인 할머니와 작곡가인 아버지, 그리고 러시아의 공주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장녀로 태어납니다. 그녀와 그녀의 동생은 어릴 때부터 풍부한 음악적 경험과 교육을 받으며 작곡가로 성장합니다. 그녀는 1908년 로마대상 2등상을 수상하기도 하였고, 동생 릴리는 후에 1등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러나 1918년 동생이 사망하자 그녀도 작곡을 그만둡니다. 그리곤 교육자로서 평생을 바치게 되지요. 

 

 

▲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     © UWNEWS

 

그녀가 작곡을 그만둔 것이 현명한 결정이었나 를 두고 말이 많았던 듯합니다. 재능이 있는 작가가 스스로 붓을 꺾으면 주변에서 안타까워하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음악에 대한 견해를 읽고 있자니,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습니다. 작곡가는 자신이 무엇을 쓰는지 알아야 합니다. 자기 안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이 음악이라는 것입니다. 엄격하게 음악이론들을 배우지만, 막상 작곡을 할 때는 그러한 규범을 잊어야만 합니다. 자신만의 생각, 즉, 개성이라고 하는 것이 없는 곡을 그녀는 경계합니다. 어쩌면 동생의 죽음과 함께 그녀 내면의 무언가도 죽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책을 집필하는 것을 거부하였는데, 그런 면에서 그녀와의 인터뷰를 담은 이 책이 세상에 남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그녀를 이렇게나마 알게 되어서, 그리고 그녀의 생각을 배울 수 있어서 참 감사하거든요. 그녀가 스스로 말했듯, 글재주가 없었을 수도 있고,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서툴렀을지도 모릅니다. 태어나던 순간부터 음악을 들었고 글보다 음악어법을 먼저 배웠으니까요. 평범한 학교에 다니는 대신 어린 시절부터 파리음악원에서 공부하였습니다. 

 

어떤 연주나 곡에 대한 느낌을 그녀에게 물어보면, 그녀는 단지 “들어보세요.” 라고 대답할지도 모릅니다. 그 음악 속에 모든 답이 들어있기 때문이지요.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지만,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알 수 있는 그것이 음악 속에 다 담겨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음악적 기본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녀의 교육철학에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음악적 기본토대, 그보다 앞서 자기 자신을 존중하여, 교만하지 않고 존재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 그리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배워야 겠다는 마음가짐과 스스로 무슨 수를 써서든 배울 태세를 갖추게 되는 그것; 이런 타고난 음악의 본능이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이론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던 그녀의 생각들을 마음에 새기고 싶습니다.   

 

오르가니스트이자 지휘자로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그녀는, 평생을 음악에 헌신함으로써 삶 자체가 본보기가 되는 진정한 음악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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