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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의 ‘클래식 음악’ 산책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 35
(Pyotr Ilich Tchaikovsky violin concerto Op. 35, D major)
기사입력: 2018/12/13 [10:52]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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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영/음악칼럼니스트     ©UWNEWS

어린 시절 무슨 곡인지도 모르고 그 음악에 맞춰 내 맘대로 춤을 췄던 기억이 있다. 음악에 맞춰 나 스스로는 발레라고 얼추 따라 했던 것 같다. 그 음악은 아이가 즐겨 보았던 만화영화에서 나왔는데, 공주님이 드레스를 입고 왕자님과 춤을 추는 해피엔딩 장면에서 흘러 나왔던 음악이라 기억한다. 웅장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라 소리가 화면을 꽉 채우고 내 머릿속까지 채워 꿈을 꾸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니 나에게 이 곡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오케스트라 곡이자, 훗날 학교 음악시간에 다시 이 음악과 재회했을 때 첫사랑을 다시 만나기라도 한 듯 설레고 옛 추억을 환기하였던 곡이다. 아직도 이 곡을 들으면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걸 보면, 추억과 얽힌 음악의 힘은 대단한가보다.  

 

바이올린을 배우다 보니 이 곡이 원래는 바이올린 독주와 오케스트라 반주를 위한 협주곡이란 사실을 알았다. 바이올린을 어린 시절부터 배웠지만,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아무나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아니었다. 능숙한 테크닉은 물론 음악적인 해석과 곡을 끝까지 끌고 나갈 수 있는 집중력까지 요구하는 고난이도의 곡이었기 때문이다. 이 곡은 어느 정도 커서 실력이 무르익었을 때에야 용기를 내어 켤 수 있었다. 물론 엄청난 연습량과 피나는 노력을 했어야 했지만, 그것을 연주하고 좋은 결과를 냈을 때의 성취감은 어느 때 보다 컸다.  차이콥스키는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동성애자였다. 그러나 그 당시에 러시아에서 동성애자라고 고백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의 제자였던 안토니나 밀류코바와 사랑 없는 결혼을 하였다. 그러나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그가 오랜 결혼생활을 유지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 했으리라. 결혼생활은 단 20일 만에 파탄이 나고 마는데, 아내에게서 도망친 차이콥스키는 자살을 시도한다. 한밤 중에 꽁꽁 언 강물에 뛰어 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자살시도는 미수에 그치고 만다.

 

 

결혼과 이혼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유럽 각지를 여행하였던 차이콥스키는 스위스에 체류할 당시 이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게 된다. 그의 제자였던 요시프 코텍이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 바이올린 협주곡을 소개하였고, 이 곡은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와 창작의 욕구를 돋운다. 그도 그럴게 이 바이올린 협주곡은 기존에는 없던 특이한 리듬과 선율로 이국적인 향기를 듬뿍 풍기는 곡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차이콥스키의 단 하나뿐인 이 바이올린 협주곡은 브람스, 베토벤과 함께 세계 3대 바이올린 협주곡에 꼽히는 걸작이 된다. 웅장함의 규모나 선율의 아름다움 그리고 테크닉적인 어려움에서 사실 랄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월등히 뛰어넘는 곡이 틀림없다.  

 

이 곡은 총 3악장 구조로, 리듬적이고 현란한 테크닉, 관현악기의 화려한 음색과 독주악기의 카덴차적인 부분이 돋보이는 1악장과, 신비한 러시아풍의 화성이 돋보이는 느린 2악장, 그리고 격정적인 리듬과 테크닉, 러시아풍의 민속춤 스타일과 서정과 탄식이 번갈아 나오는 빠른 3악장은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바이올린계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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