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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가까이 있는 풍요로움
기사입력: 2007/03/17 [14:2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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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본지논설위원
 우리는 누구든지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삶을 잘 가꾸고 싶어 한다. 행복하게, 뜻 있게 살고 싶은데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똑같이‘ 잘 살고 싶다’ 하여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삶을 의미하는지 제각각인 것은 각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생관이 어떠하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치기준이란 시대의 문화가 가져다주는 사회적 조건에 따라, 사람들의 가치를 생성하여 준거의 지평을 거기 두게 한다. 작금 세계화라는 무한 경쟁의 이념이 가치를 만들어 내고 변화의 속도가 형성되어 새로운 가치를 이루고 그 변화를 따라가노라면 항상 바쁘고 불안하다.

 시간이 무너져 내린 지식정보화 사회는 행동만이 아니라 정신의 세계마저 바쁘게 이끌고 감으로써 자신의 성찰은커녕 미지의 불확실한 미래의 공간을 불안이라는 늪으로 저 멀리서부터 괴물처럼 우리를 불러댄다.

 물질문명에 짓눌려 사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의미를 가르쳐 주는 지침서나 경구는 너무나 많다. 그 많은 것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행복합니까.’ 묻는다면 ‘나의 삶은 행복합니다.’ 주저 없이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 최고라는 구호에 휘둘리며 정신없이 앞으로 떠밀려가는 우리 삶의 항해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파고에 휘말려 자신의 삶을 반조하고 돌아 볼 수 있는 여유라곤 없는.., 삶의 풍요를 위해 익힌 얄팍한 지식으로 비단 천을 찾아 나선 욕망의 누더기를 걸친 모습은 아닐까!

 벌거벗고 왔으니 벌거벗고 가면 될 것을 그 허망한 비단조각 하나 더 걸쳐보고자 자기기만의 사슬에 얽혀 타인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였던가! 물질적 풍요로움 그것이 지나쳐 사치와 낭비로 이어지고 상대적 빈곤감이 소유행태의 비도덕적 행위마저 부끄러움 없이 자행케 하는 욕망에 정신적 근간이 흔들리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의 동양사상은 내면의 정신적 풍요를 중시했기에 청빈을 미덕으로 여기는 핵심적 지배가치의 사회를 이루었고 서양사상속에는 실용우선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실제로 물질적 외면을 중시하며 쾌와 낙에 치닫게 하는 우를 범람시켰다. 물질적 쾌락과 정신적 안락, 외면적인 성공과 내면적인 만족, 이 양면은 상치되기보다는 밀접히 상보관계를 이루게 하여 두 사상의 흐름이 적절한 배분과 조화를 이룬다면 이상적인 새 정신 새 기풍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삶이란 미래의 시간선율 그 위에서 어두운 밤길이나 처음 만나는 시골길을 직관과 신뢰를 바탕으로 걸어가는 길과 같아 사전 검토가 불가능하다.

 불안에 떨지 말자. 경쟁욕구에 빠지지 말자. 가슴에 담고 있는 사람들과의 행복을 공유하기 위해 ‘프리소울’ (free soul), 언제나 훌훌 털어 버릴 수 있는 여유, 환경과 자신을 뛰어 넘는 정신적 풍요의 여백을 가져야 한다.

 가지고 있는 것에 집착하여 자기소리만 내지 말자.

  우리 옛 선비들이 넉넉하게 즐기는 것들은 애써 남과 다투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물건이나 생활이 아니라 뺏으려거나 아무리 즐겨도 막는 이가 없는 하늘이 인간에게 무한정 제공하는 자연스런 것들로 관조하며 기뻐했다.

 땅에서 솟는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봄날에는 온갖 꽃을, 가을에는 달빛을.., 새들의 지저귐과 솔바람 소리 넉넉하게 들어가며 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에서 휘황한 향기를 맡아내는 것, 거기에 하나 더 첨부한다면 서가에 책이 넉넉하여 많은 스승을 모시고 볼 수 있다는 것을 행복으로 삼았다.

 또한 죽음 앞에서도 공포에 떨기보다는 냉정하게 또는 해학으로 죽음을 승화시켜 그려내면서 자신의 죽음을 타자의 죽음처럼 차분하게 응시하며 자찬 묘지명을 자신이 쓰는 선비의 고고(高高)한 문화가 있었다.

 웰빙, 슬로, 라이프, 자연 친환경적인 삶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때에 틀에 박힌 물질문화에 구속된 우리를 한번 돌아보자.

 ‘가짐’에 집착하여 자기우리의 성에 갇힌 우리가 되지 말고 날씨가 궂으면 궂은 대로 재물과 권세가 없으면 없는 대로 넉넉한 관상의 삶을 살았던 조상의 정신문화를 되찾아보자.

 행복을 파괴하는 유혹과 증오, 타인에 대한 분노 이 모든 것이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되뇌어 보면서 우리 삶의 모든 공간에서 넉넉한 풍요를 탐색하고 여유롭게 만들어가는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찾아내보자. 그리고 보장된 신뢰로 미래를 달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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