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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실종된 권위를 회복해야 할 때
기사입력: 2006/07/28 [10:4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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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논설위원

                              
 민주화· 세계화· 정보화· 포스트모던화의 사회변동 속에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거대 전환의 질서를 사회공동체는 모색하고 있다.
 
구태의연한 지배적 권위는 그 막을 내렸으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막간의 몸부림으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들의 사회.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선생님이 없는 시대, 사회질서의 마지막 보루인 판·검사들이 브로커에 놀아나고, 부모가 자녀의 폭력을 두려워 떨고 무서워하며,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이 본사를 점령하고 농성을 하는가 하면, 정치인들이 국민으로부터 불신이 가득한 멸시의 손가락을 받는 이 시대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나.

 기득권자들이 천년만년 살 것처럼 쌓아올린 그들만의 성루(城壘)가 너무 높아 일반인들이 감히 넘겨볼 수 없으리라 안주하면서 눈을 부라리던 19세기형 ‘다스림의 권위’에서 한국사회는, 1997년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하여, ‘나눔의 21세기형 권위’로 일대 전환을 가져오면서 과거의 것들을 거반 부인하게 되었다.
 
IMF구조조정 교본은, 정부·기업·금융·노동은 물론이고 일상의 관행마저 과감히 벗어던질 것을 요구하는 듯, 탈권위주의적 이행이 시작되었고, 여기에 기득계층과의 불합리한 타협 거부를 표방하는 참여정부의 정책방향타와 맞물리면서 급물살을 타고 전통적 권위 질서는 빠르게 와해되기 시작했고, 나의 삶을 당장 눈앞에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민족이든 조직이든 전통이든 무차별하게 털어버리는 역기능적 현상으로 치달았다.

 게다가 N세대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은 탈 정치성을 지니고 있어 이성이나 이념보다는 감각과 감성을 중요시하는 세대적 특성을 지니기에 남북의 문제를 ‘우리민족끼리’라는 김정일의 구호가 단지 맘에 들어 ‘양키 고 홈’을 외쳐대기도 한다.
 
이들 세대의 과거 전통에 대한 도전은 시·공간의 벽을 허는데 여타의 장애도 없이 가볍게 구시대형 지배적 권위를 종식시킴과 동시에 존경과 신뢰의 상실을 동반하면서 기존 사회질서의 붕괴를 가져왔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구(舊) 주류와 비주류의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과거 기득권층· 특권층· 상류층으로 지칭된 주류를 형성하던 집단이 더 이상 과거의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게 되었고, 386세대 중심의 세대교체로 인한 참여정부와 대통령의 거침없는 파격적 돌출발언의 탈권위주의적 행보를 기존권위의 실종으로 읽어낸 사회는 이익집단의 무성한 목소리의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집단이기주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정부의 협상틀이 원칙 없이 양보를 거듭해 가면서 경찰총수가 정부에 항변하고 급기야는 야당으로 출마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지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빚으면서 정부의 정당한 최소한의 정치적 권위마저 상실하게 되었고 결국 정부는 국정운영의 합리적 권위조차 훼손하면서 갈등조정 기제를 잃어버렸다. 설상가상, 축적된 경험적 대체능력마저 없다보니 허둥대는 참여정부의 험난한 노정은 예견된 지 오래다.

 사람에 의한 가압적 권위의 지배는 무너뜨려도 제도나 시스템에 의한 절차적 권위주의는 살려 두어야 사회질서는 존립하게 된다.

 참여정부의 네거티브행정은, 과거의 잘못을 지적하고 기존의 것이 잘못된 것임을 명시함으로써 과거와는 차별화하였지만, 편가르기식으로 흐르는 위험성과 혼란의 소지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제왕적 대통령으로 통칭되는 불합리한 권위를 불식시키고자 이해당사자들을 직접만나 설득하고 협상하고 호소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기득권과 권위주의 해체로 나타나는 모습에서, 사회는 갈등과 반목이 수없이 교차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권위는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위에서 내리 누르는 권위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상승의 비전을 꿈꾸는 실천적 권위를 만들어가고 있기에 부와 재능, 대중식 인기와의 영합만으로 명성을 얻었던 이른바 스타의 시대는 사라져 간다.
 
극단의 탈권위주의적 자세도 더 이상 방치하면 곤란하다. 끊임없이 투명하고 성실한 화해와 협상, 검약과 봉사, 분배의 정의와 평등의 자유를 담보하는 신뢰의 윤리가 동반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나눔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라는 단어가 새로운 권위의 자기매김으로 우리사회에 새롭게 형성되고 구축되어 그 비상(飛上)을 거듭해 가기를 서둘러야 할 때이다. 실종된 권위를 회복해가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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