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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행복한 사람
기사입력: 2015/02/05 [11:57]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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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도 건영화학대표/ 국제PEN문학회원     ©UWNEWS
6년 전, 가까이 지내던 몇 가족이 작심하고 멀리 북유럽 노르웨이로 여행을 떠났다. 봄을 막 지나고 초여름 날씨였으나 그곳엔 눈 가는 곳 산등성이 마다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헷갈릴 만큼 시간을 잊었고, 그곳은 우리가 느끼기엔 ‘여기가 천국이구나’ 처음 방문한 우리로서는 그런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건 우리들만의 판단착오 였다.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인 인류학자 ‘토마스 휠란 에릭센’ 은 노르웨이는 행복하지 않다고 저술했다. 오히려 80만 명 인구에 국민소득이 2000 달라에 불과한 ‘부탄’ 이란 나라가 ‘행복지수 1위’ 란다. 부탄 이란 나라가 지구상에 어디쯤 붙어 있는지 가늠이 가지 않기에 더욱 놀라운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안전하고 평등한 나라에 사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말했을까?

인간은 풍요롭기만 한 삶이 지겨워 못 견디는 사람도 있고, 우울증과 자살충동이 날마다 일어나는가 하면, 물질적인 것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허무감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도 있다. 지상 천국 이라는 노르웨이가 그런 국가라면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은 지옥이란 말이던가? 배가 불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선뜻 이해가 되질 않는다.

우리가 행복이라 느끼는 감정의 정체는 무엇이던가? 첨단 기술의 발달로 원하는 걸 금세 손에 잡을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바쳤던 인내와 끈기, 여유를 잊어버렸다. 작은 고통에도 참지 못해 버럭 화를 내거나, 명품중독 성형중독이 만연한 사회에서 자칫 열등감으로 세상을 비관하고 목숨까지도 쉽게 내 던져 버리는 현실이 풍요사회가 남긴 폐기물 같은 정신성향 일 것 같다.

나이가 40을 넘어서면 세상이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는 게 왜 이리 힘들까? 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행복도 적은 것부터 조금씩 손바닥 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난하지만 수다 떨 친구가 많고, 의논할 멘토가 있는 캄보디아나 소말리아 여인과, 부자이지만 매일 혼자 밥을 먹고 혼자서 좋은 차를 몰고 다니는 스위스나 노르웨이 남자가 있다면 누가 더 행복할까? 여기에 나오는 답은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조금 어려운 듯한 일에 새로이 도전하고 그 일의 작은 성공에 성취감을 얻는다면 그대는 행복한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누군가를 위로해 주는 입장에 서게 되어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면 그대는 행복한 사람이다. 사소한 기쁨이라도 크게 증폭시킬 줄 알고 가난이 몹시 불편하더라도 오늘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대는 행복한 사람이다.

열정과 작은 쾌락까지도 적당히 조절하며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있다면 그대는 행복한 사람이다. 악한 인간들과 함께 하지 않고 옳지 못한 일을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대는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가 죽을 만큼 힘들고 어두운 골짜기를 해맬 때, 손을 뻗어 잡아 일으켜 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그대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된다. 그리하면 노랫말처럼 높은 산에도 오를수 있고, 험한 바다도 건너갈 방법이 생겨난다. 그리하면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되어 철을 따라 열매를 맺을 수 있고, 그 나무의 잎사귀는 오래토록 마르지 않아서 늘 푸르른 나무로 남아 있게 된다.

우리가 포기 하지 않고 오늘을 열심히 살며 욕심을 줄일 때, 내가 먼저 이웃을 배려하고 양보할 때 작은 무엇에도 무한한 감사를 느낄 때 하늘은 우리에게 크신 축복을 내려 주실 것을 믿어도 좋겠다. 권력자들과 부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행복은 남몰래 갖고 있는 작은 보석 같은 느낌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을 일이다. 아무리 화려한 집이라도 도둑놈이 살면 도둑놈의 집이고, 아무리 낡아빠진 움막이라도 성자(聖者)가 살면 거룩한 집이고, 아무리 초라한 사람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슴에 담고 사는 집이라면 행복한 집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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