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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누울 자리
기사입력: 2014/03/26 [14:27]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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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도 건영화학대표/국제PEN 문학회원     © UWNEWS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이 시작된다. 살아가고 있지만 뒤집으면

죽음을 향하여 가고 있다. 죽음은 항시 먼 미래에 있는 것이라 생각 되기에

항시 잊고 살지만, 기차 선로가 마주하고 펼쳐 있듯이

우리 삶속에 함께 하고 있어 죽음이 지연 되고 있을 뿐이다.

마치 정시에 와야 할 기차가 연착 하듯이, 죽음이 연착해서 내가

살아있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죽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한 자락이 아닐까. 마치 베란다에 내어 놓은 분재 하나가

어느날 꽃을 피우고는 시들어 죽고 말 듯이.


오래전 목마르뜨 언덕으로 오르는 길목, 파리 시가지가 아름답게 내려다

보이는 곳에 공원 묘지를 지나가며 몹시 놀라워 했던적이 있었다.

그곳은 묘지가 아니라 공원처럼 보였기에 말이다. 이름도 알 수 없는 갖가지

꽃들과 꽃나무들이 공원을 뒤 덮고 있어 낮 밤 가리지 않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뜨이기도 했다.

작년에는 비엔나에서 해 질 무렵에 음악가들이 함께 묻혀 있는 공원으로 갔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어둠이 찾아왔지만 전혀 무섭지 않았다. 나무들을 스치는 바람이 귓 볼을 지날때는, 베토벤 이나 슈벨트의 교향곡이

들려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죽음이 우리 곁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기에 우리는 죽음을 무시하거나

잊어 버리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무서워 하고 있는 것인지.

누가 그랬다. 귀신은 사람을 보면 도망간다고 했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라고.


좋게 말해서 성격이 좀 섬세 하다 보니 난 늘 온갖 것을 준비하고

다니는 편이다. 모임에 가서 갑자기 말을 시킬때는 무슨 말 할 꺼리를

작은 메모지에 미리 적어 놓는다든지, 왼쪽 바지 주머니엔 잔돈, 오른쪽엔

자동차키 와 핸드폰, 삶속에서는 이다지도 시시콜콜 준비가 완료형인데, 인생에

있어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 바로 죽음인데, 거기에 대한 준비가

없어 허전하기 짝이 없을 때가 많다. 아직은 팔팔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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