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위 이영도 나의 그리움은 오직 푸르고 깊은 것 귀먹고 눈 먼 너는 있는 줄도 모르는가 파도는 뜯고 깎아도 한번 놓인 그대로... ‘푸르고 깊은’ 그리움은 흔들리지 않는다. 잔잔하다. 은근하다. 사철 푸른 나무처럼 말이 필요없는 한결같은 사랑이다. 세파 같은 파도가 아무리 뜯고 깎아도 변하지 않는다. 귀 먹고 눈 먼 사람아, 내 사랑이 이토록 깊음을 왜 보지 못하는가. 청마와 정운의 사랑은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는 청마의 서한집에 잘 나타나있다. 이 시는 청마의 ‘그리움’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와 함께 읽었을 때 더욱 내포가 풍성해진다. 그리워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감각적이고 일회용품 같은 사랑이 넘치는 이 시대에 은근하고 깊은 그리움이 있는 사랑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노을처럼 잘 익은 벚꽃나무 잎새가 지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아,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그리워할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자. 이영도 시인 소개
호 정운(丁芸). 경상북도 청도 출생. 1945년 대구의 동인지 《죽순(竹筍)》에 시조 《제야(除夜)》를 발표함으로써 문재(文才)를 인정받았다. 부산 남성여고와 마산 성지여고 등에서 교편을 잡았고 부산여자대학(지금의 신라대학교)에도 출강하였으며 부산어린이회관 관장을 맡기도 했다. 1954년 첫 시조집 《청저집(靑苧集)》 출간, 1968년 오빠 이호우(李鎬雨)와의 공동시조집인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 중의 1권인 《석류(石榴)》를 출간하였다. 수필집으로 《춘근집(春芹集)》 《비둘기 내리는 뜨락》 《머나먼 사념(思念)의 길목》 등이 있다. 추창호시인 약력 경남 밀양 출생/ 울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계간 ‘시조와 비평’ 및 ‘월간문학’ 신인상/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울산시조 사무국장 및 울산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시조집 <낯선 세상 속으로>/ 시조전문웹사이트 ‘시조사랑’(http://user.chollian.net/~ckd18) 및 동시조교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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