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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아름다운 불통
기사입력: 2015/03/13 [13:59]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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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도 건영화학대표/ 국제PEN문학회원     ©UWNEWS
잠 자고 일어나 카톡하고 밥 먹고 화장실 가고, 차 몰고 아니면 버스 타고 차 마시고 일하고 사람 만나고 카톡하고....., 또 밥 먹고 카톡하고 TV보고 잠자고.....  ‘인생 뭐 있어? 수월하게 말 하지만, 뭐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 학업. 군대. 취업. 결혼. 출산같은 필수과목과 더불어 가족. 자아. 진리. 시대정신. 유행. 삶의 태도. 고독. 베품. 이별. 질병. 죽음...끝도 없이 뭐가 있다.

아무데서나 잠자고 아무시간에나 누워 자고 아무 것에나 화내고 부수고 시도 때도 없이 술 마시고, 그렇게 막 사는 인간들에겐 별 것 없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남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목표를 향하여 죽을 힘을 다하며 뛸 때에도, 자신은 빈둥거리며 함부로 살아 놓고는 훗날에 힘들어졌을 때, 세상을 원망하고 누구를 위하여 삿대질 하는 막 가는 삶에는 하늘이 쉽게 도와 줄 것 같지 않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한 유명 작가가 생전에 법정스님을 찾아가 “행복은 어떤 것인가”를 물었을 때, “작은 것에 고마워하는 일”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답을 내어 놓았다. 또한 “욕심을 줄 이는 것”이라고 공자도 그렇게 말했다. 인간이 아무리 행복한 삶으로 일생을 걸었다고 해도, 머지않아 다다르게 되는 것은 죽음이기에 ‘신(?)은 공평하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만약에 돈 많은 부자가 오래 오래 행복하다면, 이 얼마나 배 아플 일이겠는가?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늘 웃고 사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웃기는 얘기에도 웃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학식이나 가진 것이 많아도 웃지 않는 사람도 제법 많다. 웃음은 소통과 여유에서 나온다. 소통도 반드시 좋은 일에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도둑놈과 도둑놈끼리도 나름대로의 소통이 있고 웃음도 일어날 수 있겠다. 문제는 웃음과 소통에도 질(質)과 격(格)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처칠 총리는 어떤 날 의회에 30여분 늦게 도착하자, 한 야당 의원이 “총리님 조금만 더 부지런 하시면 안 될까요, 총리는 게으름뱅인가요?” 라고 힐책하자, 처칠은 “나처럼 아름다운 부인이 있는 사람은 침상에서 일찍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며 웃겼다. 우리나라 같으면 난리가 났을 법한 일이지만, 그들은 여야가 소통할 수 있었기에 그냥 유우머로 넘어가게 된다.

얼마전 새로 선임된 총리가 인사차 야당 대표를 찾았을 때, 두 사람은 어깨를 감싸 안고 서로가 눈시울을 적셨다. 힘겨웠던 청문회 때가 생각이 나서 “그때 도와주지 못해 미안했다”며 야당 대표가 목이 메인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내자 총리도 손수건을 눈가로 가져갔다. TV로 보는 순간 ‘짠’한 감동을 받았는데, 이튿날 “야당 대표가 뭣 하는 짓이냐”고 동료 의원들이 질타를 했을 때, 우리는 오히려 어리둥절해 했다. 인정머리 없는 인간들 때문에 마음대로 울지도 못할 세상이구나.

오늘까지 우리가 살면서 진정으로 사랑했던 한 사람이 가슴속에 있었던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진정으로 존경하는 사람, 우리에게 있었던가? 만약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조금은 못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꼴 보기 싫고 미운 인간들이 가슴속에 득실대고 있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마음으로 어찌 복(福)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함석헌의 ‘그대는 가졌는가’ 시(詩)한 수가 떠오른다. ‘온 세상의 찬성 보다도 ‘아니오’ 하고 가만히 머리를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그 한 사람 그대는 가졌는가.....’  불통이라도 좋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너 뿐이야’ 라며 믿어주는 그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불통이라 하겠다. 그런 때에라야 ‘인생 뭐 있어’ 라고, 감히 말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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