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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법률만능주의’를 경계한다
기사입력: 2016/06/07 [17:4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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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수필가     ©UWNEWS

인간은 자연인(自然人)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족, 이웃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사회를 떠난 인간은 관념적으로는 존재할 수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개인과 사회는 어쩌면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으며, 사회라는 공동체(共同體)를 만들어 그 속에서 살아간다. 요즘처럼 교통과 통신기술이 발달하고 분업을 통한 생산체제가 보편화되어 세상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사회성(社會性)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수많은 개체가 모여 있는 공동체의 생활은 개체들 간에 상호 이익이 충돌하면서 갈등관계가 형성되고 분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인간은 현명하게도 아주 오랜 옛날부터 종교, 도덕, 관습, 법률 등 사회적 규범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분쟁을 해결하여 왔다. 사회규범(社會規範)이란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생활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규칙과 태도, 행동의 기준을 말한다. 이러한 사회규범을 준수함으로써 사람들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사회규범은 강제성의 유무에 따라 크게 도덕(道德)과 법(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도덕은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나 바람직한 행동규범으로 예의범절(禮儀凡節) 또는 윤리(倫理)를 말한다. 도덕은 사람들의 양심(良心)에 따라 자율적으로 지켜지며, 이를 지키지 않을 때 공동체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한다. 반면 법은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사회생활을 보장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가 제정하는 사회적 규범이다. 이는 강제력을 갖기 때문에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재판 등을 통해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도덕은 선(善)의 실현이 목적이고, 법은 정의(正義)의 실현이 목적이다. 법은 도덕을 실현시키는 수단이며, 법이 갖는 구속력의 근거는 도덕에 있다. 도덕규범 가운데 공동체의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주에서 강제되는 것이 법규범이다. 근래 들어 우리 사회에 법률만능주의가 횡행하면서 여러 가지 폐해가 생겨나고 있다. 법이 도덕을 실현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입법권(立法權)의 남용을 통해 공동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자율성과 윤리가 작동해야할 도덕의 범주에 과도하게 법이 침투하고 있는 양상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대형 사건이나 사고만 발생하면 무조건 특별법을 제정하여 해결하려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기존의 일반법으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경우에도 ‘포퓰리즘’ 성격의 특별법 발의에 몰두하고 있다. 특별법이란 말 그대로 특정집단과 특정지역, 특정상황에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법안으로 일반법에 우선하여 효력이 발생한다. 이러한 특별법은 자칫하면 형평성과 정당성을 상실하여 특정집단이 특혜를 누리는 대신, 일반 국민들이 반사적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특별법이라는 허울 아래 오히려 불평등을 조장하고 국민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것이다.

    

입법권(立法權)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은 소수집단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법을 발의하고 제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무시한 채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한 입법이 아니라 특정집단이나 특정계층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특별법의 남용은 행정행위와 사법행위의 정당한 집행을 어렵게 함으로써 삼권분립(三權分立)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 앞으로 국회는 스스로 나서서 특별법 발의의 기준을 강화하고, 특별법을 발의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함으로써 ‘포퓰리즘’ 성향의 특별법 남용을 방지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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