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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UWNEWS 기사입력  2018/10/04 [16:28]
▲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UWNEWS

문화라는 말은 그 의미가 매우 광범위하다. 보통은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을 말한다. 사전적으로는 한 사회나 집단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체계로 정의된다. 따라서 문화는 지역과 국가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고, 그 사이에는 경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동양문화와 서양문화로 구분이 가능하고, 같은 동양 문화권이라도 한국문화와 일본문화와 같이 지역 간 차이가 발생한다. 같은 나라 내에서도 문화적 차이는 상존한다. 김치문화는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이지만, 지역에 따라 김치를 만드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그래서 맛에서도 지역 간 차이가 분명했다(중국산 수입김치가 식탁을 점령하기 전까지는).

 

그런데 20세기 들어서며 지역문화는 위축되기 시작했다. 교통과 통신의 발전으로 지역 간의 경계는 희미해졌고, 국가 간 문화적 공유도 쉬워졌다. 일제 식민지가 되면서 한반도에는 일본 문화가 이식되었고, 해방 후 한국에는 미국의 영화와 대중음악이 밀려들어왔다. 21세기에는 상황이 역전되어 사이나 방탄소년단과 같은 한류문화가 국가와 대륙을 초월해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대중문화의 당당한 일원이 된 반면, 지역 고유의 문화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수도권 집중으로 상징되는 산업화 경제성장의 또 다른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문화의 위축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처럼 소멸의 정도에까지 이르는 나라는 드물다.

 

 현대 기술의 발달로 지역적 고립과 단절이 해소면서 지역문화는 자연스레 변화를 겪었다. 타 지역과 교류할 기회가 부족해서 생긴 그 지역의 고유문화는 외지와의 교류가 활발해지면 희석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생선회는 해안가 어민들만의 음식문화였다. 내륙에 사는 사람들은 소금에 절이거나 해풍에 말린 물고기만 먹을 수 있었다. 생선을 활어나 냉동해서 운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남 영광의 굴비, 경북 안동의 간고등어가 유명해진 이유이다.

 

자본주의 경제시장도 지역의 고유문화를 위축시킨다. 요즘에는 영광에 가서 굴비를 사오고, 안동에 가서 간고등어를 사오는 사람들은 드물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전국 각지의 특산품을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힘들면 TV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으로 안방에서 주문하면 다음날 바로 집앞에 택배 상자가 도착하는 시대이다. 덕분에 우리의 식탁에서 젓갈이나 말린 생선과 같은 지역 고유의 음식이 사라지고 전국 어딜가나 음식이 비슷해졌다. 흑산도와 전남 해안가에서만 맛볼수 있었던 홍탁은 전국 어느 도시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음식만큼은 아니지만 언어문화 역시 지역적 특징이 사라져 가고 있다. 대중문화에서 지역언어가 사라진 탓이다. 장년층이 기억하는 영화배우 신성일은 경상도 사나이이지만 서울말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청년배우로 기억된다. 요즘 청년들의 우상인 아이돌 스타 대다수가 지방출신이지만 자기 고향의 사투리를 당당하게 사용하는 청년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은 한결같이 서울말을 사용하는 세련된 사람들이다. 간혹 사투리를 쓰는 인물은 거의 예외없이 비주인공이고 중요하지 않은 인물로 설정된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지역문화가 아예 전멸한 분야라 할 수 있다. 방송과 영화와 같은 대중매체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연예오락은 사실상 지역문화였다. 진도아리랑이나 정선아리랑처럼 지역마다 고유의 노래가 있었다. 공연문화 역시 지역색이 분명했다. 농촌공동체 놀이문화의 상징이던 농악이나 풍물놀이도 각 지역마다 악기의 구성이나 가락의 형식에 차별성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산업화를 거치며 지역의 오락문화가 방송과 영화 등으로 대체되면서 지역 간 차별성이 사라졌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각 지역의 고유문화가 아예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중앙의 문화가 지역의 문화를 완전 지배하는 사회이다. 내 지역 고유의 문화를 외면하고, 중앙의 문화를 선호하고 우대하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배운 말 대신 유명 연예인의 말투를 사용하고, 지역 고유의 음식대신 유명 요리사가 알려준 음식을 먹는다. 지역의 오래된 음식점 보다는 서울에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 식당의 음식을 배달해 먹는다. 지역 문화예술인의 작품은 외면하고, 외국이나 서울에서 온 유명예술인의 콘서트나 음악회를 찾아간다. 

 

특히 요즘 청년세대들은 지역문화를 거의 향유해 본 적이 없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스마트폰에서 접하는 대중문화는 거의 모두 외지에서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요즘 청년들은 자기가 태어나고 성장한 지역에 정착하려하지 않는다. 인생의 목표가 세련된 서울에 가서 살거나, 세련된 서울사람처럼 사는 것이다. 지역문화의 부재는 청년인구 유출의, 지역사회 노령화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 지금부터라도 지역 고유의 문화를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 옛것에만 집착하는 시대착오적 향토문화가 아니라 청년주도의 새로운 지역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고유의 문화를 갖지 못하는 지역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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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0/04 [16:28]  최종편집: ⓒ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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