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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모두가 내 아이
기사입력: 2008/07/11 [08:53]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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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울산정보통신고등학교 교사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바다가 보이는 재활원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모두가 내 아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우산을 들고 마중 나온 희수가 날 보며 웃는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 엷은 미소를 보며 많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희수는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에게 자주 반항한다는 이유로 사회봉사를 하고 있다. 오늘이 그 마지막 날이다. "어떠냐?" 물으니, "괜찮아요. 한 번 씩 혼자도 봉사하러 오려구요."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었다.
   날 만나면 이 먼 곳까지 봉사하러 보낸 것에 대해 원망이나 책망을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희수를 보고 돌아오는 길은 햇살이 환하게 비쳤다.
   월요일 아침에 희수는 일찍 학교에 와 있었다. 그리고 청소시간에 교실 앞에 서있는 내 손 등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뿌리치지 않고 "왜?"하고 물으니, 친구들과 놀이를 하다가 손을 많이 맞았다며 벌겋게 달아오른 손을 보여 주었다. 친밀감이 느껴졌다.
   조용히 교실 유리창을 닦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유리창을 닦는 것이 마치 제 마음을 닦는 일처럼 느껴졌다. 일주일 동안의 사회봉사가 희수를 변화시킨 것을 생각하니, 오히려 담임으로서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담임을 맡아 3월부터 6월까지 넉 달 동안 진심으로 이해하고 도와주기 보다는 조바심과 짜증으로 보냈던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좀 더 이해하고 좀 더 보듬어 주고 감싸주었더라면...
  태연 재활원 입구에 동그랗게 써져있던 문구, "모두가 내 아이"
   앞으로 오래오래 내가 붙들고 놓지 않아야 할 화두로 삼아야겠다. 교사로서의 첫 마음을 잃어갈 때마다 내 가슴에 다시 담아야겠다. 새겨두어야겠다. 주홍글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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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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