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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골편지.16 / 문모근
산안개가 구름처럼 내리면 그날은
허전합니다
외로운 마음이야 갈무리하면
된다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것들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언제쯤 비가 되어
내릴지 모를 일입니다
산마루에서 머뭇대던 구름이
정상을 넘었나 봅니다
달이 뜨면서 비가 옵니다
산중의 자연현상은 기묘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환한 달빛이
화살처럼 능선을 비추고 있는데
번갯불은 조용히
번쩍거리고 천둥도 없이
비가 내립니다
이럴 땐 그저 가만히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거나 우산을 쓰고
나설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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