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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十字路에-유치환
기사입력: 2022/12/07 [15:59]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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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字路에

유치환

 

전봇대가 운다

먼 들끝에 외따로이 서서

고독이 치울수록 전봇대가 운다

 

귀를 대고 들어 보렴

-나도 한 개 전봇대

 

전무(前無) 후무(後無)

영원과 무한의 단 한 번의 교차점

그 허백(虛白)한 위치의 나에게서 울려나는

이 아득한 울음소릴 들어 보렴

 

두드려 보면 딱딱한 한 개 통나무인데

전봇대가 운다

-나는 울리기만 한다

   

유치환 시집 『깃발』,《자유문학사》에서

 

 

전봇대에 귀를 대고 들어보면 윙 ~하며 바람소리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가슴 한편 듣지 못하는 마음의 소리를 들려주는 그런 마음을 안겨 준다. 

 

유치환 시인의 시 「십자로에」는 전선을 끌고 가는 전봇대의 고독함을 말하는 대목 같다. 전선을 끌고 간다고 말하고 있으나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전기가 흐른다. 

 

그 전기의 힘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를 생각하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전봇대도 나무로 된 전봇대는 그 소리가 전해지는 것이 나무의 숨결을 지닌 것처럼 들린다. 

 

십자가는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함묵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아무리 꼼수와 술수로 통하는 세상처럼 보이지만 전봇대가 전기를 묵묵히 나르는 것을 보면 십자가가 따로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자기희생의 침묵, 그리고 인내심이 세상을 밝히는 빛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십자로는 그 전봇대가 전깃줄을 지탱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모습일 것이다. 

 

수많은 전봇대의 긴 행렬은 십자로를 이어놓은 길이다. 그 전봇대의 울음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고독과 외로움과 아픔의 시간을 견디며 세상을 밝혀주는 일로 십자로의 역할을 다한다고 본다. 

 

영원과 무한의 단 한 번의 교차점은 바로 자기 자신을 울려 더 밝은 빛을 보내주고 보여주는 사랑이 아닌가 싶다. 십자로는 바로 전봇대가 지닌 무한 사랑의 커다란 힘이라고 본다.

 

 

 

 시인 임영석

 

 시집 『받아쓰기』 외 5권

 시조집 『꽃불』외 2권

 시조선집 『고양이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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