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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詩’] 속상한 일 - 박지웅
기사입력: 2019/02/13 [17:00]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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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한 일 / 박지웅

 

나무에 소금 먹인다는 말을 들었다

뿌리둘레에 소금자루를 묻어 놓으면

천천히 독이 퍼지면서 비실비실 말라버린다니

참 못할 짓이지 싶은데

마음 구석에 슬쩍 생겨난 소금 한 자루

자루 입을 몇 번 풀었다가 묶었다

맹지에 길 내자고 소금자루 메고 가

산어귀 나무에 흰 고깃덩어리를 먹였는데

기다리는 비 한 방울 없더란다

걸핏하면 빌고 야심차게 기도하는 것도

참 몹쓸 짓

물을 켜도 혓바닥이 비실비실 마르더란다

가슴 한쪽이 쓰라리더란다

치워도 꼭 그 자리에 소금 한 자루가 터져

악독하게 소금을 치더란다

 

 계간 『주변인과 문학, 2018 겨울호』 에서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가 있다. 예로부터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했으나 분명한 것은 귀천이 있기 때문에 세상의 삶이 차별이 있다는 것이다. 

 

박지웅 시인의 시 「속상한 일」의 요점은 나무를 죽이기 위해 나무 둘레에 소금을 뿌려 둔다는 것이다. 짠 소금물이 나무의 갈증을 유발해 서서히 말라죽게 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이런 삶이 존재한다. 이 악물고 살라는 말도 다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속상한 일은 사람이 살며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맹지에 길 내자고 소금을 메고 가 / 산어귀 나무에 흰 고깃덩어리를 먹였는데 / 기다리는 비 한 방울 없더란다 / 걸핏하면 빌고 야심 차게 기도하는 것도 / 참 몹쓸 짓 / 물을 켜도 혓바닥이 비실비실 마르더란다”라며 속상했던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 걸어 다니기 위해 길을 만들며 그 길이 되기 이전에 살았던 나무와 풀을 모두 짓밟아 없애버려야 한다. 사람이 되었건 식물이건 동물 모두 제 살길을 만들기 위해 악독하게 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몹쓸 짓은 바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소금 뿌리며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는 관계도 많다. 소금을 뿌린다는 것은 인연의 싹을 도려내기 위함이다.

 

 

 

 


시인 임영석

 

시집        『받아쓰기』 외 5권 

시조집     『꽃불』 외 2권 

시조선집 『고양이 걸음』 

시론집    『미래를 개척하는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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