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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간절곶까지... ‘간절곶 해맞이 40km 걷기’
울산걷기연맹, ‘Walking In Ulsan 2019’ 일환으로 걸어서... 송년제야행사, 간절곶해맞이축제 참가
기사입력: 2019/01/07 [14:43]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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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걷기연맹 기획이사 지혜찬

 

  [울산걷기연맹 기획이사 지혜찬] 2018년을 정리하고 다가오는 황금돼지해인 2019년을 맞는 제야행사와 해맞이 행사가 울산 곳곳에서 열렸다.

 

  울산걷기연맹에서는 ‘Walking In ULSAN 2019’ 프로그램의 첫 번째로 제야행사와 해맞이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걷기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울산걷기지도자를 중심으로 소규모의 참가단을 구성했다. 

 

  태화강지방정원을 출발하여 솔마루길 9Km도보후 울산대공원 동문에서 열리는 제야행사에 참가하고 덕하역, 남창옹기마을을 거쳐 진하해변 그리고 간절곶까지 해파랑길5코스를 이용하여 약40Km를 걸어서 ‘간절곶 해맞이 축제’에 참가하는 것이다.  

 

 

12월 31일 오후 9시, 사람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한해를 보낼 준비를 할 때 십리대밭교 아래에 10명의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었다. 두툼한 배낭을 메고 빼꼼히 눈만 내놓을 정도로 방한채비를 했지만 어둠속에서 반짝이는 눈동자들은 저마다의 각오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늦은시간 배웅나온 울산걷기연맹 원덕순회장님과 박순희이사님의 격려와 걷기체조로 스트레칭을 마치고 동굴피아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동굴피아는 이번 수해 이후에 벽면을 새로이 단장했다. 울산의 특색을 살려 고래 모양과 학을 주제로 한 그림타일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남산사를 지나 고래전망대, 솔마루정까지 오르는 동안 저마다의 대화가 줄어든다. 몇시간 남지않은 2018년 한해동안의 많은 일들이 생각났을 것이다.

 


솔마루정 위에서 보는 울산의 야경은 아름답다. 낮에는 여러번 이곳에서 경치를 보았지만 한해의 마지막 밤에 보는 것은 아름다운 야경이 아니라 저 수많은 불빛속에 처절하게 살아왔을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왠지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저절로 발걸음이 앞을 향한다. 

 

도심속 숲길이어서인지 날씨가 좋아서인지 아직은 추위를 못느낀다. 저마다 한꺼풀씩 외투를 벗는다. 울산대공원 동문 울산대종까지는 약 9Km의 거리다. 야간에 산길로 이동하는것은 약간의 모험도 필요하다. 두 명의 참가자가 경미한 발목부상을 입었다. 그래도 걷겠다고 한다. 

 



어느덧 수많은 인파가 보이고 한걸음도 뗄 수없는 인파속으로 들어갔다. 울산대종까지 접근하기는 불가능하다. 각자 그 자리에서 제야의 타종식을 참관한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폭죽이 창공을 가르고 33번의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젊은연인들은 키스를 하고 함께나온 가족들은 포옹을 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연신 터지는 폭죽을 향해 스마트폰들이 하늘을 쳐다본다.

 

인파, 인산인해, 원치않게 동문밖으로 밀려나왔다. 일행을 찾을 수가 없다. 겨우 전화 연락으로 울산박물관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새해 첫 걸음을 시작한다.

 

덕하역까지는 도로변을 걷는다. 자동차들의 굉음도 내품는 매연도 상쾌하다. 어느 새해가 그랬을까? 짜증나고 싫었던게 상쾌하다고 느껴지는것은 무엇때문일까? 알수없다. 아마 그 답을 찾기위해서 길을 떠났는지도 모른다. 이 길의 끝에 가보면 알 수 있으려나..?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25Km를 더 나아가야 한다.

 

새벽 1시 30분 덕하역이다.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 다시 정비를 하고 간단히 허기를 때운다. 참가자들이 각자 준비해온 간식을 나누기도 하고 서로의 발과 어깨를 주물러주며 용기를 북돋운다. 대부분이 이 길은 초행이다. 더군다나 장거리걷기 경험도 부족한 사람들이다. 걷기는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는 인간다운 운동이다.

 

여기서부터는 해파랑길 5코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덕하를 빠져나오니 세상은 어둠뿐이다. 치열했을 덕하시장이 휑하다. 초생달과 샛별이 길 안내를 해주고 있을 뿐이다. 자그마한 후레쉬 불빛에 의지한 채 길을 찾는다. 결국 이정표를 놓치고 위성지도를 보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간다. 잘못 들어갔다 되돌아오기도 하고 길이 아닌 곳을 헤매기도하고... 누구하나 불평이 없다. 다들 즐긴다. 어차피 새해에도 그렇게 가지않은 길을 가야하기에...

 

 

어느덧 옹기마을이 가까워진다. 커다란 옹기탑이 내어주는 밝은 불빛으로 종점에 도착한것 마냥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 한다.     

 

새벽 3시를 넘어서니 추위와 졸음이 괴롭힌다. 이미 발목을 다친 참가자는 극심한 고통과도 싸우고 있으리라. 점차 참가자들간의 간격도 서로가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졌다. 가끔은 혼자가 되기도 한다. 마치 인생을 한 번 더 살아보는것 같다. 가다 서다를 여러번, 추위와 고통과 졸음이 함께 오는데 쌩쌩 일출보러 지나가는 승용차가 조금도 부럽지않다. 

 

출발한 지 25Km지점 지친 기색들이 역력하다. 이제 말도 안 한다. 그저 묵언수행하듯 지친발을 끌고 한걸음 한걸음 걸을뿐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지... 꽤 오랜 시간을 그렇게 자신만의 대화를 이어갔다.

 

멀리 진하해변과 강양항을 잇는 명선교 불빛이 선명하다. 곧 도착할 것 같은 신기루 같은 불빛이다. 다리 가운데 주탑에 앉아있는 한쌍의 학이 곧 날아 오를것 같다.

 

회야강을 가로지르는 서생교에 도착하니 강건너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 들의 행렬이 기다란 한줄의 트리조명처럼 아름답다. 축제측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도 지나간다. 

 

6시 10분, 이미 발목부상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 함께 간절곶에 7시20분까지 도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국 일부참가자를 셔틀버스에 태워보낸다. 남은 참가자들은 간절곶 소망길을 따라 계속 이동한다. 해가 떠오르는 동해안의 붉은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걷는 길은 신비롭다. 지금 이 시간, 이 순간이 아니라면 결코 볼 수 없는 광경이 아니던가! 동이 트는 하늘빛과 수평선의 조화로운 색은 어느 화가가 흉내낼것이며 부서지는 파도의 오묘한 색은 어떤 물감으로 표현한단 말인가...

 

솔개해수욕장을 지나 송정마을을 돌아서니 간절곶 드라마하우스가 눈에 들어온다. 다행이 일출전에 간절곶에 도착했다. 여기도 인산인해, 19만명이나 찾았다니 말그대로 인산인해다. 한 발의 축포가 바다를 향해 쏘아 올려졌다. 2019년 1월1일의 해가 떠오름을 알리는 축포다. 붉은 수평선을 뚫고 장엄하고 웅장하게 떠오른다. 여기저기서 함성을 지르는 이들도 두 손모으고 기도를 올리는 이들도 긴 여정으로 걸어온 우리들도 모두가 희망이라는 간절함속에 해답을 찾으러 온것은 아닐까...

 

 

일출이 끝나고 새해 떡국을 한 그릇씩 나누고, 완보증을 전달했다. 어떤이는 눈물을 보인다. 진하에서 셔틀버스로 이동했던 참가자들은 다시 진하해변까지 걷는다. 

 

무엇이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고 수만번의 발걸음을 딛게했는지? 돌아오는 차안에서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그래, 다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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