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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
기사입력: 2018/10/04 [16:29]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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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도 건영화학대표/ 국제PEN문학회원    ©UWNEWS

살면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빠른 세월을 못 붙들어서가 아니라 있는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해서 이다. 무슨 일이나 사람을 만났을때 심장이 쿵쾅 거리는 설레임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라 무덤덤 해진 내 마음이 문제이다. 펄떡이는 청춘을 그리워 해서가 아니라 열정이 조금씩 식어간 내 영혼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갖인게 적어서가 아니라, 갖인 것을 감사하지 않을때나, 마음을 바꾸면 얼마든지 행복해 질 수 있는데도, 우리는 자주 절망하거나 포기하기 때문에 우리는 불행하게 살게 된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할 일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희망의 끈을 붙잡고 산다면 행복한 사람이라 했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는 것은 내가 갖이고 있지 않은 것을 탐내고 부러워 하기 때문이라 했다. 정말로 행복해 지고 싶다면, 내가 쥐고 있는 것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할 때 행복해 지는거라 했다. 세상에는 아무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사람은 없기에, 나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갈 수 밖에 없다. 행복에 관한 만큼은, 식당 벽에 쓰인 문구 “추가 반찬은 셀프” 처럼 스스로 움직여 만들어 가야 할 일이다. 행복은 향수와 같아서 자신에게 먼저 뿌리고 다녀야 남의 코를 즐겁게 할수 있다.

 

그러면 우리들 영혼에 필요한 향수는 무었이던가? 결국은 용서나 사랑이나 겸손같은 것이 아니더냐? 용서는 내가 먼저 실천하게 되면 잠도 잘오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올 것인데,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랑도 용서나 이해나 양보 따위가 전제 되었을때 비로소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서로 쳐다보며 사랑하게 되리라 생각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겸손이고, 내가 갖인 기준이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겸손이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모든 지식의 극히 일부분 밖에 안된다는 생각이 겸손이고, 내가 상처 입는 상황이 모두 상대방의 잘못이 아닐수도 있는 생각이 진정한 겸손이다.

 

이런 모든 것들을 지식이나 교양으로는 이해되고 알고는 있어도, 실행되기 어려운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김수환 추기경은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용서가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70년이나 걸리더라고 말했다. 그 만큼 행복해지는 요건들이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람은 아홉 번을 잘 해 주어도 단 한번의 실망을 가슴에 담는다. 한번 실망하게 되면, 상대의 실수를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실망을 주었던 상대에게서는, 그 사람이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거짓말 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 상대 에게 불신의 강이 너무 넓고 깊게 자리해서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관계로 빠지게 된다. 그리하여 우정에 금이 가고, 이혼을 하고, 직장을 옮기고, 교회나 사찰을 옮기게 되고 아픈 상실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용서도 이해도 겸손도 없는 세상은 불꺼진 항구처럼 무섭고 의지할 데 없는 세상이 되어 우리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기에, 단 한사람의 절친이라도 있어 우리의 슬픔을 나누며 위로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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