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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근
애환이 깃든 무궁화
기사입력: 2018/09/21 [15:53]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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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석근 前 울산시인협회장/수필가     ©UWNEWS

도심에서 울산공항으로 가는 동천서로(東川西路)는 왕복 4차선 길이다. 길 좌우로 지난 8월에 들어서면서 국화인 무궁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20여년전 국가에서 전국토 가로수로 무궁화를 심으라고 한 지침 때문에 심어진 것이 지금은 잘 자라서 산업로를 지나는 운전자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 이뿐만이 아닌 나라꽃에 대한 자긍심도 갖게 한다.

 

무궁화는 단순하게 아름다움을 가진 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와 얼이 깃들어 있는 꽃이다. 우리 국민으로써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무궁화에 대한 사랑도 깊어져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무궁화와 아리랑’ 은 배달민족의 핏속에 이어져 내려온 동의족의 꽃이며, 노래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피는 ‘다함이 없는 꽃’ 무궁화의 옛 이름은 고문헌에서 엿볼 수 있다. 훈화초(薰華草), 목근(木槿), 근화(槿花) 등 몇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무궁화(無窮花)란 이름은 근자에 생겨났다. 중국 문헌에는 그 명칭이 나타나지 않는다. 무궁화의 이름 유래는 몇 가지 설이 있으나 목근에서 무근, 무궁화로 변음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무궁화는 순우리 말로 된 무우게, 무게꽃, 또는 무강나무 같은 고유의 이름을 한자음으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의 표기가 등장했고, 그 가운데서 ‘무궁화’ 라는 명칭으로 쓰게된 것으로 지정한다.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거론되기 시작한것은 구한말 개화기 갑오경장 이후 신문화가 밀려오면서 민족의 자존감을 고취하려고 나라꽃의 필요성을 자각한 남궁억과 윤치호 등 선각자들이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등장시켰다. 그것은 오래도록 배달겨례와 함께해 온 역사적인 배경속에서 법령에 의한 지정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나라꽃이 됐다.

 

1910년 이후 국권상실과 함께 시작된 36년간 일제강점기에 무궁화는 민족정신의 상징이었다. 세계 각처로 떠난 독립지사들이 광복과 구국정신의 표상으로 무궁화를 내세우게 되자 일제는 무궁화를 닥치는대로 뽑아 폐기하고 불태워 없앴다. 또한 볼품없고 벌레가 많이 붙는 지저분한 꽃이라고 비하했다. 품종 좋은 꽃은 소멸시켰고 나쁜 품종만 일부 남겨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무궁화는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선다고 거짓 선전을 앞장서 했다. 심지어 무궁화를 캐어 오는 학생들에게 상을 주며 독려를 자행했다. 그럼에도 오히려 저항정신을 고무시켜 끝내 굴하지 않고 지켜낸 무궁화와 아리랑은 민족의 맥박속에 고스란히 응결되어 나라꽃 겨례의 노래로 이어져 가고 있다. 오히려 무궁화 말살 정책은 무궁화가 우리나라 국화(國花)가 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 되었다.

 

무궁화의 자생지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없고 과거 동이족의 배달국, 고조선의 근거지 였던 천산산맥 아래쪽 내몽골 지역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무궁화의 학명 ‘Hibiscus Syriacus’ 에서 종소명 ‘Syriacus’ 때문에 한 때는 무궁화의 원산지가 시리아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리아에는 무궁화의 자생지가 없으므로 명명자인 린네가 잘못 붙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식물학계에서는 무궁화의 자생지를 중국 어느 곳으로 보고 있으나 구태여 자생종만이 나라꽃이 되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무궁화의 가치는 우리국민들 보다는 미국과 일본에서 많은 품종을 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의 무궁화 품종은 25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150여종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 크게 나뉜 배달계, 단심계, 아사달계로 구분한다. 배달계는 꽃의 중심에 단심이 없는 순백색의 품종을 가리키며 백의민족인 우리를 상징하고 있다. 단심(丹心)이란 말은 중심이 붉다는 뜻이다. 단심계는 꽃 중심에 붉은 문양이 있는 품종을 가르킨다. 바탕이 되는 꽃잎의 색에 따라 백, 홍, 자단심계로 구분한다.

 

제주도에서 자라는 부용은 무궁화가 아니다. 꽃이 화려하지만 근본적으로 품종이 다른 계열이다. 국내에서 현존하는 무궁화 가운데 가장 오랜 장수목은 천연기념물 제 520호로 지정된 강릉 방동리에 있는 나무이다. 박씨 재실에 있으며 홍단심계의 꽃이 핀며, 백령도 연화리에도 제521호인 기념물이 한그루 더 있다.

 

울산의 태화강 대공원 둔치에도 2015년에 무궁화동산을 조성했다. 수백그루의 무궁화꽃이 해마다 피어나 발길을 붙잡는다. 일본의 아이타마현 고마진자에는 재일동포 윤병도(2010년 작고)가 1976년부터 2002년까지 10만평에 달하는 무궁화꽃단지를 조성했다. 지금은 그의 딸 노부에 하세가와가 관리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는 운영에 필요한 자원 지원을 약속하며, 지난 광복 70주년에는 더욱 관심을 가지며 앞으로 무궁화 축제를 전개하기로 했다.

 

그러고보면 그동안 무관심 했던 무궁화에 대한 애착심이 더욱 고무된다. 분재농장 한 곳에 25년생 단심 무궁화 한그루가 올 해도 꽃피고 지고 한달째 이어가고 있다. 더욱 소중하게 돌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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