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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노인의 생존권(生存權) 보장
기사입력: 2018/09/06 [17:55]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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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사회복지법인 경영인/전 울산대 교수     ©UWNEWS

핵가족(核家族) 제도가 일반화됨에 따라 이제 자신의 노후(老後)를 자식에게 의존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노인부양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2017년도 「한국 사회의 동향」 조사결과를 보면, 부모와 자녀가 동거하는 비율은 2008년 38%에서 2016년 29.2%로 감소하였고, 부모가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는 비율은 2008년 46.6%에서 2016년 52.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지금 80대 이상 노인들은 아직도 부양에 대한 자식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이 세대들은 요양원에 가는 것을 최대의 치욕으로 생각하며 강한 거부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60대만 하더라도 늙고 병들어 스스로 자신을 추스르지 못하면 갈 데가 요양원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요양원 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지닌 사람들도 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하고 공기 좋은 요양원에 살면서 뜨락에 나가 해바라기도 하고, 시골 논둑길을 거닐면서 노후를 지낼 생각에 젖어있다. 집에서 홀로 지내느니 요양원에 가면 같이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낼 친구도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하고 단꿈을 꾸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제 요양원에서 지내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삶의 질은 어떠할까? 얼마 전 수도권 교외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고향 친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열악하고 비인간적인 생활환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출입문은 아예 24시간 봉쇄되어 있었고, 보호자 없이는 마당에도 나갈 수가 없었다.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각자 정해진 방 안에서 꼼짝없이 지내야 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라곤 침대와 의자 하나뿐이었다. TV와 화장실, 욕실은 공동사용이고, 휴대전화는 사용조차 할 수 없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적지 않겠지만, 우리나라 요양원의 대다수는 이와 비슷한 여건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현행 「노인복지법」은 시설과 종사자 기준 등 일정한 설립조건을 갖추고, 관할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신고만 하면 누구든지 요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대신 지자체는 설립 인가만 내줄 뿐 요양원의 경영이나 재정에 대해서는 시설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별도의 정부 보조금도 없이 노인의료복지시설로 지정된 요양원에 한해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요양급여와 입주자 본인의 부담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년기(老年期)는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인생의 역정을 마무리하고 이를 총정리하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현실은 질병과 빈곤, 무위(無爲)와 죽음을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두려움과 시련의 시기이다. 인생의 마지막 위기에 직면해 있는 노인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외면하고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이자 무작위(無作爲) 불법행위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헌법 제34조 1항), 국가는 노인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34조 2항).  

요양원에 입주한 노인들의 인권(人權)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요양원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요양원 운영을 민간에만 의존하지 말고, 저소득층 노인들이 입주할 수 있는 국공립(國公立) 요양원을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 아울러 민간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민간요양원의 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다양화함으로써, 노인들이 자신의 취향이나 경제력에 따라 적합한 요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요양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올바른 가치관이다. 요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노인복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열정과 희생정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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