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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나이가 들수록
기사입력: 2018/08/09 [17:32]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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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도 건영화학대표/ 국제PEN문학회원     ©UWNEWS

사오십 대~. 열심히 살다보니 그때가 아득한 세월이 되어 버렸다. 바로 지난해 같이, 손을 뻗으면 잡힐듯한 시간들 이었는데 아득하게 멀어져 가고 말았다. 사업도 잘되고 친구도 많아서 외국까지 돌아다니며 골프도 치고 영원히 그럴 줄만 알았는데, 날마다 머리숱이 줄어들고 피곤이 쉽게 오고 옷발이 떨어지고 고집이 강해져서 모든 게 옛날 같지 않아 실망스러움이 초저녁 어둠처럼 가슴을 점령하게 된다.


인간은 ‘혼자 세상에 태어나서 혼자서 가야 하는 길’ 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머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가슴이 느끼는 거리는 천만리나 되는 것 같다.


젊은 날, 특히 학교 다니던 때와 군대 있을 때나 돈은 없어도 꿈이 있어 늘 행복한 시간들이었는데, 지금은 집이 있고 좋은 차에 어느 한 가지 불편이 없는데도, 산다는 게 무덤덤하고 무의미해서 더 어려운 과제로 남겨졌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이나, 어딘가로 갑자기 떠나버리는 일, 오랫동안 아끼며 지니고 있었던 물건들을 버려야 하는 일…….  나이가 들수록 하기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그 중에서 친구 사귀는 일이 가장 어렵다. 살아 갈수록 사랑이라는 말 보다는 우정이라는 말이, 뜨겁지는 않아도 따뜻하고, 금방 식어 버리는 게 아니라 은근하게 오래 뭉개고 가는 게, 더 미더워 진다. 사는 날 동안 가장 쉽고도 어렵고,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그런 우정을 쌓는 사람을 얻는 일이라 여겨진다.

 

몇 년 전 어린 날의 죽마고우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아직도 나는 그의 폰 번호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함께 뛰어 놀던 골목길. 초등학교 운동장. 그리고 청년을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속 깊고 따뜻한 그의 미소가 날이 갈수록 그립고 또 그립기만 하다. 내가 결혼을 먼저 하고, 단칸방에 살 때에도 그가 오면 셋이서 함께 자며 밤을 새우곤 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만의 목소리를 가려서 들어 주는 사람, 목소리만으로도 눈물의 낌새를 눈치 차리는 사람, 그런 사람은 정말로 쉽지 않다. 지인은 많아도 참 우정은 드물다는 말이다. 이즈음은 그 지긋지긋 하던 군대생활 까지 그립기만 하다. 최전방 한탄강변에 진달래가 요란하게 피어나던 그 4월이 그립고, 그때 병영의 그 친구들 지금 어디서 다 무얼 하고 있을까? 기숙사로 하숙집으로 떠돌며 철없이 희희낙락 했던 대학 친구들은 또 얼마나 늙어 있을까? 그들과 함께 했던 내 젊은 날은 이제 뒤돌아 갈 수 없기에, 무덥고 긴 여름밤이 온갖 그리움으로 몽상을 일으키게 한다.

 

이제 남아 있는 시간들을 소중하게 맞이하기 위하여 내가 더욱 따뜻한 가슴이 되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온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어두운 밤길에 손전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동이 트면 손전등이 귀찮아 진다. 그럴 때 집어던져 버렸다가는 다시 어둠이 오면 몹시 불편한걸 깨닫지 못하고 가까이 있는 것들을 함부로 던져 버려선 안 되는 것. 그 첫째가 가족이고 우정인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닥쳐올 소중한 것들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삶의 지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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