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 젊은 별들에게
-고등학생 이백오십명 목숨을 잃은 세월호 침몰에 부쳐
문모근
육천여 톤 육중한 세월호.
생전 처음 배를 타거나 바다를 본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기억하는가.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수학여행을 위해
며칠을 준비하고, 설레는 밤을 지내고
몇 시간 후면 도착할 제주도를 그리며
옹기종기 모여 첫날밤을 이야기하거나
색다른 추억을 모색하는 시간.
배는 기울고, 선실에는 바닷물이 들어와
순식간 혼란스러울 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
말 들었네. 잘 들었네. 그러나
그게 마지막일줄. 그게 끝일 줄 몰랐네.
삼백 이십 오명 가운데 이백 오십 명.
수중에서 절규하고 막히는 숨통 쥐어뜯으며
살려 달라 외치고 몸부림치며 호소할 때
바다는 외면했고, 선원들도 뒤돌아서
모른 체 했네. 자신들만 아는 전용통로로
도망가기 바빴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마지막 보낸 문자메시지.
가슴이 찢어지고, 숨이 막혀 차마 읽지 못하는
그것.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도 순진하고 착하기만 한
고등학교 이학년 우리 아이들.
살아있으나 죽은 것 같고,
숨을 쉬나 멈춘 것 같은
깊은 밤은 이어지고 탈진해 눈물마저 말라
살펴볼 수 없는 얼굴들. 이백 오십 명 친구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이학년 학생들아
아니 우리 대한민국의 아이들아
젊은 날의 꿈과 희망이
송두리째 떠내려가고 주검마저
찾아보기 어렵구나.
돌아 와다오. 한 명 만이라도.
타임머신이 있다면 돌아가겠네.
어떡하니. 어떻게 하니. 동동 굴러도
소리 없이 눈물 흐르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기억하자.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58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앞바다 맹골수도.
그리고 팽목항의 절규와 절망.
용서해다오.
어른들이 잘 못했다.
정말 잘 못했다.
용서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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