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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가을태풍을 대비해야 하는 이유
기사입력: 2017/09/27 [12:25]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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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모근 시인/본지 편집위원     ©UWNEWS

 ‘가장자리’라는 뜻을 가진 태풍‘탈림’의 행로에 관심이 간다. 본래 가을에는 태풍이 잦은 한반도인데, 올해는 아직 태풍의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요즘 발생하는 태풍의 크기와 세력 면에 있어서 예년보다는 매우 다른 위력을 간직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와 텍사스 주를 덮친 태풍과 허리케인을 보면 그 위력은 가히 상상을 불허한다. 거기에 무지막지한 폭우를 동반하기도 하고 시속 150km를 넘는 바람이 엄청난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가을 태풍은 여름철 태풍보다 위력이 강하다. 태풍은 인근 해수면 온도가 올라갈 때 수증기를 많이 흡수하며 세력이 커지는데, 9월은 해수면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시기기 때문이다.


태풍이 불면 바닷물이 바람의 영향으로 뒤집어져 바다 속에 쌓여있는 뻘을 건드려 미네랄과 각종 영양소를 물고기나 바다 생명체에게 공급하는 역할도 있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태풍이 불어 녹조현상이나 적조현상이 없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가을태풍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한꺼번에 생각하게 만든다.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 부서지고 바람에 날아가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은 아니다. 게다가 사람의 생명이 끊기고 가족이 실종되는 등의 인명피해는 더욱 그렇다.


아침에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나 향긋한 커피 잔을 들고 창가에 서서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는 TV광고에서나 있는 일이다. 전원생활은 생각만큼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예쁘게 지은 집 주변으로 수시로 침범하는 잡풀을 제거해 줘야 하고, 인근 숲에서 날아오는 모기와 파리, 알 수 없는 곤충의 침입도 방지해야 한다.


게다가 싱싱한 찬거리를 스스로 농약도 치지 않은 청정식품을 마련한다고 해서 심어 놓은 텃밭에도 모종이 영양소를 뺏기지 않고 오롯이 섭취할 수 있도록 찹초를 제거하고 지지대를 설치하며, 비료와 물을 뿌려 주는 등 꽤 많은 손길을 줘야 한다. 그렇게 바쁘다.


이런 일들을 적당히 운동 삼아 한다는 말은 약간의 자기만족이 더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로망을 가지고 정착한 전원에 강력한 태풍이 불어 집의 지붕이 날아가고 축대가 무너지고 산이 붕괴되어 장독대가 파괴되고 담장이 쓰러지는 피해를 입거나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의 심경은 어떨까. 분명 처절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뉴스의 짧은 장면만 보고 혀를 차는 사람들은 그 순간의 감정을 표출하다가 잠시 뒤에는 일상생활로 돌아간다. 그것은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내가 당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잊혀질 뿐이다.


우리나라에 태풍이 진입하는 시기도 가을에 집중되어 있다. 해마다 9월과 10월에 한 두 개의 태풍이 들어와 잘 키워놓은 농작물을 휩쓸어 벼가 물에 잠기고 사과와 배, 복숭아 등 여러 가지 과일이 땅에 떨어져 상품의 구실을 잃는가 하면 태풍피해를 입은 농가의 아픔이 추석명절을 지내고자 찾은 아들 딸 손주 등 가족에게 고스란히 돌아가 즐거운 명절이 한순간에 침통한 명절이 되기도 한다.


천재지변이라고 일컫는 태풍피해를 줄이려면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논의 물 빠짐이 원활하도록 고랑을 미리 더 넓게 파주고, 벼를 모아 쓰러지지 않게 묶어주고, 과일은 미리 따놓아 저장하는 게 상책이다. 농가의 사정을 정확히 잘 모르는 사람의 어설픈 이야기로 치부할지 모르지만 더 이상의 좋은 방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는 스스로 알아서 돌아가는 태풍‘탈림’처럼 그런 태풍만 있기를, 그래서 명절휴가를 즐기는 가족들의 얼굴에 웃음이 넘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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