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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향
6월이 오면
기사입력: 2017/06/08 [18:31]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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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향/ 성주향부부상담소장    © UWNEWS

  칠백년이 넘은 시커먼 회화나무가 고목枯木 인줄 알았다. 오월이 되면서 파릇파릇 새 순이 보이더니 유월에는 무성한 숲을 드리우고 있다. 고목처럼 죽은 듯이 묻어두고 싶었던 잊을 수 없는 한국전쟁의 비참함이 되살아난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피난길에 나섰다. 숲이 무성하던 그 해 여름, 길가에는 쌓아 놓고 버리고 간 주인 잃은 참외가 썩고 있었다. 피난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소풍가는 것 같은 마음으로 출발했으나 갈수록 험난한 고생길이었다.

 

첫돌 지난 동생을 업고 피난민 행렬에 끼어 온종일 걸었다. 다리가 아파서 울며 걸었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발길…….’을 구슬프게 부르면서 걸으셨다.

 

준비한 미숫가루도 떨어져 배는 고프고 몸은 지쳤다. 밀양에 있는 피난민 수용소에서 두 달을 살았다. 그 해 추석에는 어른들을 따라 거지처럼 동네에 밥을 얻으러 나갔다.

 

스피커를 통해 고향으로 복귀하라는 소리를 들었을 땐 뛸 듯이 기뻤다. 고향땅에 들어서니 폐허의 흔적이 오스스했다. 폭격에 집은 불타버렸고 앞마당 구덩이에는 이름 모를 미군병사가 대충 묻혀있었다. 피난을 잘 하고 온 이웃 아줌마는 고추를 따러 밭에 나갔다가 지뢰를 밟아 하늘나라로 갔다. 전쟁은 내 마음 속에 트라우마로 잠재해 있다. 이북의 끊임없는 핵발사를 보면 소름이 끼친다.

 

외국여행을 다니면 자신이 애국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수많은 좋은 곳을 볼수록 우리나라의 절경이 떠오른다. 하와이의 와이키키해변이 유명하다고 하여 직접 가서 보고는 실망을 하였다. 해운대 해변이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의 풍광을 대조해 보아도 제주도나 설악산 등의 관광지들이 손색이 없어 자부심을 갖게 되고 비로소 조국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곤 했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더욱 강렬해졌다.

 

사십여 년 전에 받았던 교육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당시에 무슨 공문을 받고 참가했던 것 같은데, 전쟁을 대비한 간호사의 참전을 위한 예비교육이었다. 동료 간호사 한 명과 뜻을 같이 하여 마산인지? 창원인지? 타 지역까지 가서 교육을 받고 왔다.

 

만약 한국에 전쟁이 일어나 간호사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흔쾌히 참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갔다. 조국애가 용솟음치고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등불을 들고 부상당한 군인들을 위해 간호하던 나이팅게일의 정신을 갖고 달려갈 것 같은 마음이다.

 

매스컴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피난민의 대열을 보면 남다른 공감이 간다. 그 고생의 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정처 없이 걸어야 하고 배고픔과 이슬을 맞으며 잠을 자야하는 피난살이를 생각하면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된다는 피맺힌 한이 되살아난다. 

 

해마다 6월이 오면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 노래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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