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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부부유별(夫婦有別)의 참뜻
기사입력: 2017/05/25 [18:37]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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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민주평통 상임위원/전 울산대 교수 ©UWNEWS

새싹이 돋아나고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3월부터 5월은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다. 결혼 시즌이 되니 올해도 어김없이 지인들로부터 주례를 봐달라는 부탁이 자주 들어온다.

 

주례를 설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혼례(婚禮)는 신랑 신부 두 사람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매우 중요한 예식이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특히 신랑 신부에게 당부할 주례사를 쓸 때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무척 고심을 하게 된다.


주례사 내용 중에서 부부유별(夫婦有別)은 필자가 꼭 언급할 뿐 아니라 몇 번씩 강조하는 말이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21세기 문명시대에 무슨 고리타분한 얘기냐고 반문할지도 모르나, 부부유별은 지금 세상에서도 꼭 지켜야 할 윤리덕목(倫理德目)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원래 부부유별(夫婦有別)은 유교 도덕의 기본덕목인 삼강(三綱 : 군위신강 君爲臣綱, 부위자강 父爲子綱, 부위부강 夫爲婦綱)과 오륜(五倫, 부자유친 父子有親, 군신유의 君臣有義, 장유유서 長幼有序, 부부유별 夫婦有別, 붕우유신 朋友有信)의 매우 중요한 실천덕목이다.   

 

삼강오륜에서 말하는 부부유별(夫婦有別)이란 남성으로서의 남편(夫)과 여성으로서의 아내(婦)가 부부로서 살아가는 데에 분별(分別)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남성은 남편으로서의 본분(本分)이 있고 여성은 아내로서의 본분이 있으니 이를 잘 헤아려서 서로 침범하지 않고 잘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 박세무(朴世茂, 1487~1554)는 자신의 저술 동몽선습(童蒙先習)에서 부부유별(夫婦有別)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지아비는 굳건함으로 남편의 도리를 다하고, 아내는 부드러움으로 부인의 도리를 다함으로써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면 집안의 도리(道理)가 바로 설 것이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을 남녀 간의 차별이라고 간주하여 과거 봉건사회의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의 잔재로 폄하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지극히 잘못된 발상이다.

 

부부유별이란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자는 뜻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하고 여기에 맞게 처신하자는 부부간의 행동규범이다.

 

남성과 여성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생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다르다. 부부생활을 함에 있어서 남녀 간의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특성을 살려 서로가 조화를 이루어나간다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은 남녀차별이 아니라 남녀평등을 실천하는 윤리 덕목이다.

 

부부생활을 영위함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에게 맞는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면 부부간에 끝임 없는 갈등과 충돌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부부간에 분별(分別)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아버지는 남성의 기질을 발휘하여 자식에게 엄격히 대하고, 어머니는 여성 특유의 자애심으로 따뜻이 감싸 안아야 자식을 훌륭하게 키울 수 있다. 만약에 이러한 분별을 무시하고 두 사람 모두 자식에게 엄격하게 대하거나, 감싸주기만 한다면 어떻게 제대로 된 인격교육을 시킬 수 있겠는가?


부부 사이에 아무리 사랑이 깊고 이해심이 많다고 하더라도 부부간에 분별(分別)이 없이 서로의 본분과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면 원만한 가정을 이루어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토록 중요한 부부 간의 분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항시 예의(禮儀)를 지킬 필요가 있다.

 

부부가 서로 경어(敬語)를 사용하고 상대방을 비방하지 않는 것도 부부유별(夫婦有別)을 실천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부부유별(夫婦有別)은 부부간에 다툼이 많아지고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세상에서도 우리 모두가 실천해야 할 꼭 필요한 윤리 덕목임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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