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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근
참취 나물의 참맛
기사입력: 2017/03/31 [12:02]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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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석근 전 울산시인협회장/수필가     ©UWNEWS

 분재원에는 여러 가지 산나물이 많이 자생한다. 자생종 가운데 가장 많은 종이 참취이고, 비비추를 비롯해 둥굴레, 씀바귀, 엉겅퀴, 갯방풍, 고사리, 고치미, 돌나물, 머위, 땅두릅, 복수초, 할미꽃 등 헤아릴 수 없이 여러 종들이 어울어져 자란다. 

 

사질토인 흙은 부드럽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이여서 야생초가 자라기에 적합한 땅이다.  땅이 넓어서 분재를 진열하고 남은 공간에 몇해 전부터 흩어져 자라는 자생종 산나물을 한곳으로 옮겨 산나물 밭을 만들었다.

 

지난 해에는 이곳에서 제법 많은 양의 참취나물과 방풍 잎을 뜯어서 그리 많지 않은 양이지만 나눠 먹기도 했다. 어찌나 맛있게 먹었다며 인사를 톡톡하게 받았다. 향긋하고 쌉싸름한 참취 맛과 쓴 맛이 도는 갯방풍 나물은 겨울동안 깔깔한 입맛을 돋궈 주기도 한다. 

 

산나물은 번식과 재배가 까다로운 편이다. 자생지의 기후와 토질이 맞지 않으면 발아하고 성장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인위적으로 조건을 맞춰 주려면 지나치게 메마른 토양은 적합하지 않다. 또한 영양이 부실하면 성장이 활발하지 못해 부드러운 나물이 될 수가 없다.

 

퇴비는 산나물(식물)이 자라는 최고의 고급 영양분이기 때문에 가장 잘 자라고, 보수력도 지닐 수 있는 부엽토(腐葉土)가 최상이다. 하지만 참취는 재배가 쉬운 산나물이어서 온실을 갖춘다면 4계절을 즐겨 먹을 수 있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뿌리에서 새잎이 지속적으로 돋아나서 군락지에는 지표를 덮어서 흙이 보이지 않는다. 늦여름이 시작 될 무렵이면 뿌리에서 여러 갈래로 꽃대가 솟아올라서 끝 부분에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갈래진 가지마다 동전 크기만 한 흰 꽃이 지천으로 피어나서 녹음속에 들꽃 잔치를 베푼다. 

 

서양에서는 참취 속명을 아스터(Aster)라 부르고, 방사상(放射狀)으로 두상화(頭狀花)가 피는 것이 별을 닮았다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꽃의 모양은 꽃잎이 6~7장 붙었고, 모양이 흰 구절초와 비슷하다. 한데 참취는 다른 초근식물과는 달리 암컷과 수컷이 따로 있는 것이 특이하다. 암참취는 꽃피어서 씨를 맺지만 수참취는 꽃대궁이조차 없다. 암수 잎의 생김새는 비슷하여 구분하기 어려우나 맛이나 향은 암참취가 훨씬 뛰어나다.  참취가 분포하여 자라는 곳은 정상에서 기슭에 까지 넓게 자라므로 나물을 뜯는 봄 아낙이나 등산객에게는 쉽게 봄나물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무성하게 자라는 곳은 어둑한 곳 보다는 해빛이 잘들고 습기가 많지 않는 곳이 좋다. 수분이 잘 빠지고 흙살이 두꺼운 산섶이 가장 많이 자란다.

 

참취의 구분은 잎의 뒷면이 흰색을 띠고 있으므로 독초와 산나물로 구분하기도 쉽다.  참취의 한자명으로는 동풍채(凍風菜)이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쐬는 곳에서 자라는 나물’이란 뜻이다.

 

봄바람(東風)이 불어올 때 어린잎을 뜯어서 나물로 해먹는 우리나라의 식생활에서 유래된 것이다. 중국의 옛 문헌에서 동(東)은 방향을 뜻하며, 곧 동방, 한반도를 지칭하는 것이다. 동이족, 동의보감의 뜻은 바로 우리나라를 뜻하는 말이다. 

 

참취의 다른 이름으로 북한과 만주에서는 암취, 나물취, 나물채 등으로 불린다. 한자로는 마제초(馬蹄草)인데, 풀이하면 말과 굽 제자로 질경이처럼 말발굽에 차이는 지천으로 많은 풀이란 것을 암시해 준다. 향과 맛이 특이해 향소(香蔬)라고도 하며, 한약으로는 동풍채근(同風菜根), 삼백채(山白寀), 백지초(白之草)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진통, 현기증, 요통, 장염 치료에 사용된다. 산에서 뱀에 물렸을 때는 급한 해독제로 사용하기도 했다. 근래에 들어서는 콜레스테롤을 제거시키는 약리효능이 입증 되었으며, 항암에도 효능이 있다고 밝혀졌다. 성인병 예방 효과가 뛰어나서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가 늘어나 공급이 달리는 편이어서 참취 재배농가에서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어린시절에 정월대보름 날 오곡밥을 얻어서 디딜방아간에 앉아 김이나 취나물을 얹어먹던 생각이 난다. 명(命)을 길게 하고 잡귀를 물러가게 하며 복을 받게하는 동냥걸이 보름 오곡밥이었다. 복(취)쌈을 여러 개 싸서 성주신(집을 지키는 신)에게 먼저 올린 다음 취쌈을 먹으면 복을 받는다고 어른들이 했던 말이 기억속에 아련하다. 

 

사실 취나물은 비슷한 종류도 대단히 많다. 단풍취, 개미취, 곰취, 각시취, 구와취, 은불취, 서덜취, 버들분취, 분취, 수리취 등 수 십 종이다. 전문가들도 모두 구분하기가 어렵다. 

 

지난 1995년 까지만 해도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의 품질 인증을 받은 산나물 제품은 극소수였다. 외속리산취나물, 영월참취나물, 양평용문산건취나물 등이 전국에서 5종에 불과 했다. 그 때만 해도 유통과정상 교통이 불편하여 생나물보다는 건나물로 대다수 판매되었다. 

 

지금은 운반, 판매가 전국으로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대형마트가 있어서 어디서나 4계절 구입할 수 있으니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다. 

 

올 해는 건강에도 좋고 맛과 향기도 좋은 참취나물을 많이 심어서 참취나물의 참맛을 음미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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