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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만나고싶은남성
[만나고싶은남성] 배성동 작가
“길에서 길을 찾는다”
기사입력: 2017/03/31 [11:47]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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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지 기자

“길을 걸으며 삶과 역사를 캐내는 일, 자신의 일이자 해야하는 일”
울산소금과 울산의 호랑이는 길을 걸으며 얻은 인생의 수확 

 

▲   배성동 작가  © UWNEWS

 

[울산여성신문 최수지 기자] 지난 25일 ‘영남알프스학교’ 2기가 개교를 했다. 울주군 등억리 영남알프스웰컴센터에서 ‘영남알프스에서 노느니 염불하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개교한 ‘제2기 영남알프스학교에서는 산, 고개, 들, 강, 마을 등 대자연을 교실로 삼아 걷기, 시낭송, 숲속들꽃, 영화, 풍수지리, 다도, 등산, 역사탐방, 귀농귀촌, 야생차, 일요화가 등 11개 강좌가 운영된다.

 

“길에 이야기를 잘 입혀야 합니다. 소재를 발굴해 의미를 알고 걸으면 훨씬 좋은 것이 바로 길이지요.”


특히 그가 진행하는 걷기교실은 옛길, 물길, 오지탐방 등 세 과정으로, 보통 4시간에서 길면 7시간가량을 걷는다. 그는 길을 걸으며 길 속에 담긴 삶의 희로애락을 들려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남알프스에 매료된 지 20여년. 그는 길과 울산소금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모두 담은 두 번째 책 ‘소금아, 길을 묻는다’ 발간을 앞두고 있다. 이미 울산염부들의 구술사인 ‘울산소금이야기’는 출간 후 책을 구해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귀한 책이 돼버렸다.


장길, 옛길, 사냥꾼길, 빨치산길, 이름도 생소한 영남알프스 길들의 역사를 찾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배성동 소설가를 만났다.


“제가 길에게 반하니, 길도 제게 반하더군요. 길의 매력에 빠져 길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옛날 배내골 주민이 언양장에 가기 위해 넘어 다녔던 ‘오두메기’는 고즈넉하면서도 경치 또한 환상적입니다. 일반 등산로와는 다릅니다. 특히 영남알프스 일대의 소금장수길과 소장수길, 언양장길 등에는 사람들의 살아온 애환이 담겨 있습니다. 그 속에는 가족의 생계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아버지가 있고, 나라를 위해 한 몸 바친 애국선열 등 스쳐지나간 수많은 사연들이 있지요.”


 잊혀진 길을 찾고, 그 속의 숨겨진 역사를 찾아 나서는 것이 그가 말하는 ‘본인이 잘하는 일이며,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수많은 길 중 왜 하필 ‘소금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는 과거 지인을 통해 울산에 염전이 있었고, 소금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흔적조차 없는 일이라 하나의 소재로만 사용하려고 했으나 우연한 기회에 또 울산소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 자취를 따라가 보니 실제 울산은 ‘자염’이라는 전통방식으로 생산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소금의 생산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울산소금은 가장 큰 선물입니다. 울산을 먹여 살려온 지역산업의 근간이자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가 소금길을 찾아 나선 이유다. 글로써 후세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당찬 포부로 그는 역사를 찾아 길을 되짚어 갔다. 남길 수 있는 기록을 위해 발품을 팔며 인문지리학자, 대학교수, 실제 소금장수, 소금을 굽기 위해 나무를 나르던 사람, 염주의 자손 등을 만나며 그는 소금과 관계된 모든 것을 섭렵하게 됐다고 했다. 가치조차 평가 받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 했던 소금길은 그로 인해 재조명 되고 있다. 


그는 “소금길에 대해 기억을 하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 80이 넘은 노인들이라 조금만 더 늦었으면 울산소금길은 잊혀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1930년대 소금장수 모습 © UWNEWS

 

소금길을 따라 수소문 하던 중, 명촌염전에서 마지막으로 소금을 구웠던 노인을 만난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앞도 보이지 않고 치매를 앓고 있던 노인이었는데, 소금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마치 어제의 일인 듯 소금 굽는 법, 소금가마니를 지게짐한 소금장수 등 울산 소금에 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내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뭉클하고도 감사할 따름이었지요.”


 소금길에 담긴 역사를 되짚어가며 그는 ‘소금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는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시민들과 함께 걸으며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잊혀져 가는 울산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소금이 있었다는 것은 울산이 살기좋은 곳임을 시사하지요. 울산 소금이야기를 재조명함으로써 시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역사를 지키고 이어나가야 합니다.” 


도전에 성공하는 비결은 결단코 포기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아는 그는 소금길을 찾으며 쌓은 능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반구대암각화에 새겨진 11마리 호랑이와 표범의 원류가 반구대암각화 부근의 범굴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그는 우리 민족의 영물(靈物)인 영남알프스 호랑이와 표범의 뿌리를 찾아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개국 산야를 헤매고 다닌다.

 

그는 단언한다. 한반도는 호랑이의 나라였으며 호랑이가 백두산과 방어진을 다닌 장거리 주자였다면 표범은 영남알프스 일대를 맴돈 단거리 주자였다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인생의 1/3은 길에서, 또 1/3은 산에서, 마지막 1/3은 집에서 보낸다는 길 위의 인생 배성동 작가,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   배성동 작가  © UW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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