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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
"연예기자 vs 대중" 누가 이슈 독점하나?
"'연예 X파일" 사건으로 대중들이 깨닫게 된 "백조 효과"
기사입력: 2005/06/01 [11:31]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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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옥 기자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물의연예인의 복귀 대안 
 
m.net는 31일 방영 예정이었던 리얼리티 다큐멘타리 '유승준 99.8; West side Story', 유승준과 아내 오유선씨의 사생활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대중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방영이 무산되었다.
 
유승준 다큐멘타리가 제작 중이라는 것이 알려진 것은 5월 초, 국적법 개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이중국적자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집중되던 시점이다. 당연히 유승준의 복귀 움직임은 국민들에게 뒤통수를 치는 듯한 분노로 다가왔고 조심스럽게 진행했음에도 철퇴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국적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5월 4일, 시행된 것은 24일이다. 그 사이 손호영의 이중국적 문제가 이슈화되어 군대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당연히 유승준의 복귀를 국민들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시점이었다.
 
차라리 방영을 도중에 포기했다면 여론에 도마에까지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중들은 왜 이 시점에서 유승준이 아내와 행복하게 사는 사적인 다큐멘타리를 봐야하는지 납득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완전히 헛다리짚었던 유승준 복귀프로젝트였다. 
 
황수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국 홍콩 대만 등 중국어권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황수정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기사가 나온 것은 지난 27일, 황수정의 소속사인 예당엔터테이먼트에서 흘러나온 기사라는 것을 금방 짐작할 수 있는 기사톤에 대중들은 오히려 ‘컴백음모’를 진행시킨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 기사도 유승준 복귀 논란 등 물의연예인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때인데다가, 연예인 마약 사건이 불거졌던 시점이어서 오히려 대중들의 눈총만 받았던 것이다.    

대중과 포탈로 넘어간 연예정보의 독점권
 
한참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한가인, 아름다운 얼굴과 청순한 이미지로 떠오르는 여배우로 손꼽히던 그녀가 어느 날 연정훈과 결혼을 선언해버리자 오히려 놀란 것은 대중들이었다.
 
과거의 관례대로라면 한가인의 인기는 대폭락해야 했다. 그러나 한가인의 인기는 아직까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보인다. 광고모델로는 가치가 하락했을지는 모르지만 대중스타로써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한가인의 사례만 보더라도 연예인을 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이제 연예인들에게 대중들이 들이대는 비수는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이며, 사회적인 것이다.

‘연예X파일’사건 만큼 연예계에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은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인권침해는 물론 연예인을 지나치게 상품화했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기도 했지만, 삼 개월이 지난 지금 되짚어보면 꼭 부정적인 영향만 끼쳤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면 말고’식의 연예기사들이 거의 사라졌고, 연예인의 사생활에 보는 대중들의 잣대도 많이 달라졌다.
 
대중들이 연예인에 대한 사적인 기사보다 사회적인 문제와 연계된 기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이중국적 연예인’의 ‘군대 기피’ 문제라든가, ‘종군위안부’를 주제로 누드를 찍으려는 연예인에 대한 문제라든가, ‘마약, 거짓말’ 등으로 퇴출된 뒤 은근슬쩍 복귀하려는 연예인에 대한 문제라든가, 사회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린 사안이 오히려 더 기사로써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런 현상을 딱히 뭐라고 불러야 될지 몰랐던 대중들은 연예인이 ‘공인’이기 때문이라고 답을 내렸지만, 연예인을 대중과 동일시하는 대중들의 심리구조를 깊게 분석해 본다면 다른 색다른 답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연예X파일’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A양, B군, C씨 하면서 풍문으로만 떠돌던 연예인들에 대한 사적인 기사들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누구를 지칭하는 지도 모를 알파벳 연예인을 찾아내려는 대중들의 시도가 많아질수록 포탈 검색어에 그 이름이 올라가기도 했다.
 
‘연예X파일’사건 이후로 그런 기사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어졌고, 기사로써의 가치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런 현상은 ‘연예X파일’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연예정보의 독점권을 연예기자들이 쥐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연예기자나 방송, 광고 전문가 그룹들은 신비화되었던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대중들의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연예X파일’로 인한 대량 정보누출 은 대중들의 정보력을 연예기자와 같은 지휘로 격상시켜 버렸다.
 
또한 연예정보의 상당수가 연예기자들과 연예인들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연예X파일’은 그동안 대중들이 연예기자들에게 가졌던 신뢰감과 연예인에게 가졌던 신비감을 안개처럼 걷히게 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일종의 ‘백조효과’로 물위에서는 우아한 자태를 뽐내지만 물밑에서 보면 가라앉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백조처럼, 이미지를 조작해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연예기자들과 연예인들의 모습을 한 눈에 확인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대중들이 스타나 연예인의 실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연예인들에게 상징을 조작하는데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대중들이 연예인들에게 인간적인 동질감을 느끼는 순간 연예인의 스타로써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그러나 연예 전체적인 질적 향상 측면에서 보자면 순기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대중들이 연예인이 평범한 인간임을 확인한 순간 연예기자들이나, 연예인들에게 직업인으로써의 역할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의식변화를 읽을 줄 아는 연예 매니지먼트가 필요해!
 
연예계를 취재하다보면 아직도 한국 연예계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류니 뭐니 해서 투자 규모가 확대되고 시장은 점점 커져가고 있는데 연예계 시스템만은 과거의 합리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또한 사회의 흐름을 짚어내는 매니지먼트 전문가들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IMF이후로 한국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과거에는 연예기획사가 언론플레이만 하면 소속사 연예인의 상품가치를 쉽게 높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젠 그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일방적인 정보전달이 가능하던 일간지 신문시장은 죽어버렸고, 인터넷신문은 쌍방향 정보전달 체계이기 때문에 아무리 기자가 상징 조작을 하려고 해도 대중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하면 효과를 볼 수 없다.
 
대중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연예기자들보다 더 정보에 밝으며, 마음만 먹는다면 개인 블로그를 통해 얼마든지 정보를 창출하고 유통시킬 수도 있다. 오히려 연예기자들은 명예훼손이나 소송에 걸릴 염려가 있기 때문에 정보를 유통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기사의 선점권도 포탈과 커뮤니티로 넘어간지 오래이고, 기사를 이슈화시키는 독점권도 대중들이 쥐고 있다. 댓글이나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포탈의 편집권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정한 세력에 의한 정보유통권도 이미 견제를 받고 있다고 볼 수가 있다.
 
 현재 연예이슈의 선점권은,  첫째 포탈과 네티즌', 둘째 지상파 방송, 셋째 언론사가 가지고 있다. 이제 언론기자들은 정보를 수집하고 작성하여 보급하는 중간 유통단계의 전문가 집단으로써의 역할에만 만족해야한다.
 
앞으로 대중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유통시키는 역할이 더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제는 지상파 방송이나 포탈조차도 정보유통 시장에서 선점하기 위해서는 대중들과 경쟁하거나 혹은 대중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언론사나 연예기자가 연예기획사와 단합하여 연예인의 이미지를 조작하던 시대도 이미 물건너 간지 오래이다.      
 
이런 현상은 연예인들의 상품시장에도 엄청난 파장을 미치고 있다. 연예기획사가 기획에 의해 스타가 만드는 것도 과거처럼 쉽지 않다. 설혹 이미지 조작으로 스타만들기에 성공했더라도 유지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정보가 너무 많이 공개되는 까닭에 이미지 조작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중들의 변덕스러운 기호를 만족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젠 연예인이 스타가 되는 길은 대중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처음부터 타고났거나, 노력에 의해 만들어가거나,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매니지먼트회사를 만나는  길 밖에 없다. 한국시장에서 누렸던 스타들의 황금기가 이미 몰락한 것처럼 보인다.
 
유증준, 황수정을 복귀시키려는 의도는 이러한 시장 변화와도 관계가 깊다. 과거처럼 이미지 조작에 의해 스타를 길러내기 힘든 시대에 이미 지명도를 갖춘 유승준이나 황수정의 복귀만 성공시킨다면 그물로나 잡을 수 있는 고기를 낚싯줄 하나로 잡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거의 방식에 의존하는 복귀 프로젝트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언론이 이슈를 선점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중들을 기억불감증 환자로 만들어서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복귀를 성공시킬 수  있었지만, 인터넷은 대중들이 기억력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냄비근성은 어쩌면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조작해 놓은 대중들의 이미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연예기획사들도 이제는 대중들의 사회, 정치의식까지 짚어낼 수 있는 영리한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대중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아직도 과거의 행태를 답습하는 것은 스스로 몰락을 자처하는 것과 같다.
 
한국 연예시장도 지금의 일본처럼 외국배우를 데려다가 장사를 해야할 시점이 오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변이하지 못하고 퇴화하면 결국 공룡의 시대처럼  동반 몰락하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 연예계 전반에 체질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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