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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색깔론으로 멍든 한나라당 전당대회
박근혜, 이명박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아
기사입력: 2006/07/28 [16:59]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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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성 주필

지방자치 단체장 및 기초위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한 한나라당이 대선출마를 하려면 1년6개월 전에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하는 당헌당규에 따라 사퇴한 박근혜 전대표의 후임 대표 자리의 경선 결과로 뜻하지 않는 홍역을 앓고 있다.

7월 11일 치러진 한나라당의 대표 경선은 대의원 9천135명의 1인2표 투표와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각각 7대3의 비율로 합산하여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았다. 그 결과  강재섭 후보가 총 유효투표 2만1천036표의 24.98%(5천254표)를 얻어 새로운 한나라당의 대표로 선출되었다.

이날 선거에서 박빙의 승부가 점쳐지던 이재오 의원은 4천791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지만 선거기간 중에 불거진 색깔 논쟁으로 강력한 반발을 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에 선출된 당 대표 권한은 여느 때 보다도 막강하다. 1년6개월 후에 닥쳐 올 한나라당의 대권주자 경선을 관리해야하고 이듬해 있을 18대 총선의 공천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처음부터 당내 차기 대권주자들, 특히 박근혜-이명박 진영의 신경전은 위험수위를 넘을 정도로 치열했다. 이들은 경선 초반에는 모두 무심한 척 하다가 선거 운동이 막바지에 이르자 두 진영 모두 물밑 지원에서 벗어나 노골적인 대리전 양상을 벌였다.

강재섭 후보는 “이명박 시장과 싸우는 느낌이다”라고 말할 정도였고 이재오 후보는  "불리해지니까, 색깔론을 제기하더니 이제 박심까지 끌어 들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양쪽 진영의 신경전은 '박사모'와 '명박 사랑' 등 팬클럽들까지 동원되어 장외 신경전으로 확전되기도 했었다.

이 와중에서 과거 민중당 출신인 이재오 후보에 대해 강재섭 후보 측에서 색깔론 시비를 걸었다. 보수우익단체인 국민행동본부도 4일 이재오 후보의 남조선 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 와 관련하여 투옥된 경력을 거론하며 “이 후보는 전향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공개 시비를 걸었다.

이에 발끈한 이재오 후보는 “아무리 당권에 눈이 어두워도 험난한 대선을 두 차례나 전면에 나서 치른 사람에 대해 색깔론을 내세워 매도하는 것은 유신독재 시절 민주화투쟁을 좌익으로 엮어 넣은 독재정권을 쏙 빼닮은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강재섭 후보는 1988년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원내에 진출해 민정당 청년자원봉사단 총단장 등을 거친 ‘부패 여당’의 일원이었다며 역공을 퍼붓기도 했다.

이렇듯 서로의 과거를 들추어내며 공방을 벌인 이번 전당대회는 처음부터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색깔론과 뿌리론으로 전당대회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전대가 끝나자 이재오 의원은 홀연히 전남 순천에 있는 선암사로 가서 칩거에 들어갔고 대표로 선출된 강재섭 대표가 선암사로 이재오 최고위원을 만나러 가서 이 최고위원을 ‘이 선배’라 부르며 “잘해보자고 한 것이 가슴 아프게 한 것 같다. 다 털어버리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다”고 하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해와 시비 등이 있었는데 깨끗이 잊고 함께 나가야 되지 않겠느냐”며 “화를 풀어 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이 선배가 홈페이지에 나를 칭찬하는 글을 쓴 것처럼 나도 이 선배를 위해 좋은 글을 띄우고 싶었지만 짜고 한다고 할 것 같아 그러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하며 앙금을 풀고 당무에 복귀할 것을 종용하였다.

이에 이 최고위원은 “비가 오는데 어떻게 왔느냐”면서 “이 곳에서 잠시 쉬다 가겠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잘 생각해 보겠다”면서도 당무 복귀에 대한 확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은 강 대표가 선암사로 찾아온 이후 일시 당무 복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5일 돌연 태도가 강경해지면서 최고위원직 사퇴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색깔론의 명쾌한 해명 없이는 최고위원의 사퇴도 불사한다는 강경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러자 한나라당의 일각에서는 우려됐던 박근혜 전 대표 측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의 전면전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기도 했었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점쳐지고 있던 중 7월 16일 이 최고위원은 “국민과 당원들이 선택해준 (최고위원) 직책에 충실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강 대표가 이끄는 당 지도부에 참여키로 했다고 측근인 진수희 의원을 통해 밝힘으로서 한나라당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이 최고위원측은 당무 복귀는 하되 강 대표 측에 요구할 것은 요구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첫째 색깔론 제기에 대한 분명한 사과, 둘째 박 전 대표측이 개입한 불공정 경선에 대한 진상조사, 셋째 향후 대선후보 경선의 공정성 담보를 위한 조치 등 3가지 조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대표는 이 최고위원이 사과를 요구하는 색깔론과 관련하여 “내가 직접 제기한 적이 없으며,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갈등이 쉽게 봉합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어쨌든 수권정당으로 자부하는 한나라당에서 아무리 막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대표 자리라고 해도 10년 동안 함께 한 동료이고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 3번, 사무총장, 원내대표까지 지낸 사람을 색깔론으로 매도한 처사는 너무 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강재섭 대표도 검사 출신의 5선 의원으로, 한나라당 원내총무와 부총재, 최고위원 등을 지냈지만 5ㆍ6공 시절 청와대와 안기부에서 일한 전력이 이번 경선에서 공격받으므로 양측 공히 상처를 입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을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선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이 과감한 변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당은 과거의 행적에 멍이 들어서야 어찌 앞으로의 대선에서 승리 할 수 있겠느냐며 한숨을 쉬고 있다. 만시지탄인 느낌이 없지 않지만 이젠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 고대하는 새롭고 신선한 정당으로 환골탈태의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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