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인터뷰
만나고싶은남성
하찮게 취급되는 빗자루에 혼과 정신 불어넣어 승화
기사입력: 2014/07/30 [15:01]   울산여성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김보은 기자

빗자루에는 ‘화합과 단결 및 조화 , ‘희생봉사’의 정신이 담겨 있어
테마가 있는 전통빗자루 전시관건립 꿈, 후대까지 빗자루정신 전하고파

“좋던 나쁘던 지워버리면 되는... 신이 있다면 나에게 최고의 신은 무엇이든 재창조할 수 있는 빗자루 신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빗자루는 자기 몸을 낮추어 더럽고 추한 곳에서 일생을 보내는 하찮은 청소 도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빗자루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다.

빗자루 그림을 그리고 있는 서예가 황전 강상구 작가의 눈에는 빗자루는 하찮은 물건이 아니라 빗자루를 통해 배우고 깨닫는 인생의 스승이다.
 
대나무 그림에서 빗자루로

100년 전 마르셀 뒤샹은 변기를 전시실에 걸어두고 ‘샘’이란 명제를 붙이면서 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작품제작에 있어 소재는 특별해 보이지도,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이지만 어떤 발상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각광을 받기도 한다. 황전 강상구 서예가에게는 빗자루가 그렇다.

그가 처음 붓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1년 대학에 입학하면서 부터다. 동아리를 통해 사군자를 익히고, 청오 채희규, 수산 이종균 선생님으로부터 필법을 사사 받아 2003년 울산시서예대전에서 대나무 그림으로 대상을 수상했고 초대작가로 등단했다.

그런 그가 2005년 겨울부터는 빗자루 그림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이후 빗자루 그림으로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3회 입상할 정도로 빗자루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빗자루를 매어 파는 모습을 보아 빗자루는 나의 소명인 것 같다.”고 빗자루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한 일(一)자가 모이면 ‘빗자루’가 된다
그가 그리는 빗자루 그림은 문인화에 가까운 수묵화로 그 필법이 이전에 그렸던 대나무와 같다.

이전에 누구도 그리지 않았던 빗자루니 정해진 필법 또한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대나무 가지를 벽에 놓고 수 만 번 모사를 했고 ‘대나무 가지(一자)를 그려서 그것을 모으면 빗자루가 된다’ 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빗자루 그림은 한일 자 한번 그리고 먹물이 마르기를 기다려하는 기다림의 작업이다. 그러다보니 보통 하루 종일 작업한다.” 고 말하는 그가 하나의 빗자루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 들이는 인내와 정성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작업으로 만들어진 그의 네 번째 손가락의 굳은 살과 빗자루 끝을 까랑까랑하게 표현하기 어려워 아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의 열정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빗자루에는 인생의 철학이 담겨있어

“낱 가지가 여러 개 어울려 전체가 한 몸통으로 묶어지는 빗자루에는 화합과 단결 및 조화의 기운이 스며있다. 빗자루의 중심이 되는 장대에는 통합과 통일의 기운, 잔가지에는 어울림의 기운 녹아있다 또 작은 가지들이 각각 생김새와 방향이 다르게 뻗어있지만 조화와 상생의 기운을 거스르지 않는다.

또한 빗자루는 쓰레기 같은 추하고 더러운 어둡고 어려운 사회의 가장 낮은 곳으로 자신의 몸을 던져 희생봉사정신으로, 제 몸이 상처 나더라도 더러운 곳을 청결하게 하고 오염된 공간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그가 말하는 빗자루에는 ‘화합과 단결 및 조화’ 그리고 ‘희생봉사’의 정신이 담겨있다.

또한 그 밑바탕에는 풍수지리가 있다. 빗자루 그림으로 유명세를 탄 서예가이기 이전에 그는 ‘풍수지리’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전문가다. 풍수지리의 ‘균형, 조화’ 의 이론은 그가 빗자루에서 자신의 철학을 깨닫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테마가 있는 전통빗자루 전시관 건립이 목표

그는 본인만의 빗자루 사랑에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과도 함께하려 한다. 전국 곳곳의 시골 마을회관을 다니며 그가 수집한 빗자루는 백여 점이 넘는다. 그 빗자루들로 태마가 있는 전통 빗자루 전시관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요즘 아이들은 대나무나 싸리 등을 매어 만든 전통 빗자루를 보는 경험을 하기 어렵다. 그런 아이들에게 빗자루 전시관은 과거의 발자취를 배우는 진귀한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와 함께 서예 퍼포먼스로 유명한 쌍산 김동욱 서예가와 붓 대신 빗자루를 사용하는 합동 퍼포먼스로 울산에 전통 빗자루를 널리 알릴 계획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 울산문예회회관 전시퍼포먼스     © UWNEWS

“대박 빗자루에 담긴 작가의 숨결과 혼신, 그리고 함께 잘사는 문화 정서 나눔이 울산에서부터 세계로 잔잔히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서예가로서 30여 년을 살아온 작가의 빗자루 그림에서 그가 늘 중시하는 것은 기운(氣韻)과 선(線)의 추구다. 울산의 시목인 태화강 빗자루에서 그 기운을 받아 출발했다는 그에게 빗자루는 액운을 쓸어내고 행운을 쓸어들이는 부적과도 같다.

황전 강상구 작가가 빗자루 그림의 경지에 올랐을 때 그가 말하던, 인생의 달고 쓴 맛을 다 보고난 후의 감성의 날카롭고도 유연한 경지처럼, 빗자루 끝의 까랑까랑한 선을 그려낼 경지가 되어 모든 이들이 마음으로 찾는 삶의 부적이 되리라 기대한다. 







  • 도배방지 이미지

이동
메인사진
[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인기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