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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기사입력: 2011/02/22 [10:13]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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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건영화학대표/국제 pen문학회원
 
▲   김의도 건영화학대표/국제 pen문학회원
다섯식구가 둥근 밥상에 둘러 앉는다. 아버지는 중간자리, 어머니는 끄트머리 자리, 그리고 형과 누나가 적당히 자리잡고 막내인 나는 내 마음 내키는 곳에 아무렇게나 차지하고 앉는다.

아버지는 형이나 누나보다 내가 앉은 자리에 놓여진 반찬에 신경을 쓰시며 내 앞자리로 슬금슬금 찬 그릇을 밀어 놓는다.

위로 큰 형 둘은 이미 장가를 가서 살림을 내어 따로 사니까 가족같은 개념이 추억속에 별로 남아 있는게 없다.

바짝 구운 생선대가리는 늘 어머니 몫이다. 철 없는 막내는 왜 엄마가 생선대가리만 맨날 차지하고 있는지 한참 세월동안 무신경 했고 이유도 몰랐다.

고등학생 쯤 되었을까 뜬금없이 그 이유에 대해 물어 봤다. 돌아온 대답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생선 대가리엔 칼슘이 많이 들어 있다는 영양학적인 논리였다.

훗날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으나 그 이유를 제대로 알았을 땐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버렸기에 말이다.

맛이 좋은 몸통 쪽을 항상 아버지나 자식들에게 양보했음을 그때는 왜 눈치체지 못했을까?

식탁에서 생선대가리를 본지도 꽤 오래 되었다. 생선구이 생선튀김 생선전 생선찌개..., 생선요리를 볼 때마다 맛이 좋고 나쁘고 이전에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난다.

오늘 내곁에 계신다면 배가 터지도록 생선 몸통을 대접할 텐데..... 어머니는 그렇게 살면서 다섯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졸업하게 했다.

더욱 슬프게 만드는 것은 끝간데 없는 어머니의 자식사랑을 자식들은 잘 알지도 갚지도 못하고 세상을 살아 왔음에 있다.

생선 대가리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김장김치는 몹시 짰다. 
끼니 때마다 짜다고 투정을 부리면, 오래 먹고 아껴 먹으려면 짜야 한다고 우겼다. 짜야 하는 깊은 뜻을 이해 못하는 나는 늘 엄마의 반찬은 맛이 없다고 핀잔을 날렸다.

뚝배기 국물에 엄지손가락을 담궈서 들고 오면 그 국물은 더럽다고 먹지도 않았다. 나는 참으로 맛대가리 없는 막내였다.

주름 생긴 얼굴로 산소에 갈 때마다 잔디를 손보며 해마다 중얼거리는 말이 있다. 

“엄마 정말로 미안하데이. 맨날 맛 없다고 반찬 투정한거.....” 
“엄마한테 죄 지은게 많아 이렇게 해마다 산소에 안 오나.  꽃 사들고 말이다.”

딸집에 가면 무엇이던 맛이 좋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피아노만 두들기던 애가 그다지 솜씨가 좋을리도 없건만 그래도 무조건 좋게 말한다.

넉넉지 못하게 사는 후배가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우긴다. 절반은 싸움을 하듯이 내가 우기며 뒷골목 식당을 찾아 들어선다.

맛이 썩 좋을 리가 없어 보인다. 그리 깨끗하지도 않다. 그러나 나는 연신 국물이 시원하고 맛이 뛰어나다고 조금은 과장된 표현으로 분위기를 띄운다.

들어올 때 와는 달리 사실 맛이 좋기도 하다. 사랑으로 먹기 때문이다. 정성이 담겨서 더욱 그렇다.
 
‘굶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그런 생각이 들면 모든 게 감사하고 맛이 있다. 비위가 약해 잘 못먹는 음식 따위만 빼고 말이다.

옛날 원효가 당나라로 공부하러 길 떠나 가다가 어떤 달 밝은 밤에 목이 말라 바가지로 옹달샘물을 맛있게 퍼마시고 이른 아침 다시 그 자리에 가보니 간밤의 바가지는 해골 바가지 였음을 알고,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깨우침으로 되돌아온 이야기가 있다.

해골 바가지로 물을 퍼 마셔도 맛이 좋다고 느끼면 그만인 것이라면 “물맛”은 마음 속에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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