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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2010년을 보내며
기사입력: 2010/12/29 [16:29]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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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시인/편집위원
 
▲    문모근 시인/편집위원
밀레니엄 시대가 왔다는 설렘과 기대가 한층 증폭되고,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나거나 이룰 수 있을 것만 같던 21세기가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을 넘기고 있다.

비단 달력이 한 장 남았다거나 올 한 해가 며칠남지 않았다는 그런 상투적인 표현보다 그토록 기대감에 충만했던 지난 10년을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나 하는 헛웃음이 허허롭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동안에 왜 변한 것이 없겠는가.

사람으로서 거부할 수없는 나이를 열 살이나 먹었고, 팽팽하던 얼굴에 주름살과 함께 피부도 탄력을 잃어갔다.

늘어난 주름살만큼 사회에 대한 두려움도 하나 둘 늘어났고, 미운 정 고운정도 시간만큼 계절만큼 하나씩 털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연령이 80세를 넘어섰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고려장이 아니라 무슨 원수 보듯 했을 나이가 아닌가. 평균수명이 50세를 전후했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무엇을 남기려고 노력했을까.

올 한 해가 저물어간다. 2010년은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하는 치욕을 겪은 경술국치 100년, 광복 65주년이었다.

올 해가 시작될 때 국민주권을 생각했고, 국가주권, 민주주의, 국민생활 측면에서 좀 더 떳떳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한 해를 돌아보면 현실은 기대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무엇하나 나아진 게 없고 민초들의 삶은 힘겹기만 한데, 봄에는 우리에게 ‘무소유’를 가르친 법정스님이, 연말에는 ‘사상의 은사’ 리영희 선생이 세상을 뜨는 등 큰 어른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1974년에 펴낸 리영희선생의 평론집 ‘전환시대의 논리’는 유신독재 하에서 금서가 됐지만 학생과 노동자들 사이에 넓게 퍼져 87년 민주화 대투쟁의 주역들을 만들어냈다.

매년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해온 ‘교수신문’이 대학교수 등 지식인 2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1%가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모습’을 가리키는 장두노미(藏頭露尾)를 꼽았다.

장두노미는 진실을 숨겨두려고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뜻이다. 이 시대 지성을 대표하는 교수들이 얼마나 진실에 대해 목말라 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올해에는 천안함 침몰, 민간인 불법사찰, 영포게이트, 북한의 연평도포격, 한미 FTA 졸속협상, 예산안 날치기 처리 등 수많은 사건이 터졌고, 일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진실을 공개하고 의혹을 해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진실을 덮고 감추기에 급급했다.

사람이기에 가능했을까. 그런 일...

진실을 밝히려는 국민이 기소되거나 공안사범으로 몰리는 행태가 일상화됐고, 국가를 감시해야 할 주권자가 오히려 국가로부터 감시를 받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다.

오늘 한국의 정치는 중세 암흑의 시대로 후퇴했다고도 한다. 암흑의 시대에는 진실을 말하는 자 이단으로 처단 받고, 거짓과 음모, 그리고 감시와 처벌이 횡행했다.

하지만 17세기 갈릴레이가 교회의 탄압 속에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던 것처럼 진실은 영원히 덮어둘 수가 없다.

장하준 교수가 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말하고 있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텍스트가 담겨 있다. 유력자의 이익을 위해 말하는 것들은 서민들이 볼 때 달콤한 꿀물이고, 감언이설이라는 판단을 이끌어 낸다.

그러나 그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말하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가 속임수이고 거짓말이라는 지적이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앞뒤가 모두 다르고 이해하기를 거부당하는 시대의 존재논리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그래도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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