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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한 번 붙어보자는 공무원의 말, 위험의 극치
기사입력: 2010/11/29 [14:32]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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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시인/편집위원
 
▲    문모근 시인/편집위원
지난 11월23일 오후 2시34분 북한군 해안포가 우리 영토인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상황이 텔레비전 속보로 방송되면서 울산의 사회가 술렁거렸다.

“전쟁 터진 거 아냐?”

“진짜 포격전이 벌어진 것 맞나?”

“한 번 붙지. 화끈하게!”

연평도가 말 그대로 불바다로 변한 시각에 울산시청 공무원들이 속보를 보면서 나눈 말이다. 북한군이 서해안에서 벌인 총격사건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11년 전 연평해전부터 최근 지난 3월에 있은 천안함침몰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결과발표가 있었고, 또 다시 연평도에 포탄세례를 퍼부었다.

정부와 국방부의 대응포격이 있었고, 해병대 병사 2명의 사망과 민간인도 2명이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많은 사람이 부상을 입었고, 주민들도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그 시각 후방 내륙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울산광역시의 여러 고위공무원들은 TV를 보면서 국가안보, 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쏟아 냈다.
‘한 번 붙어보자니!’ 말은 참 쉽고 간결하고 편하다.

그러나 그 말이 갖는 의미는 크게 다르다. 게다가 나라의 녹봉을 받고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전쟁을 획책하는 듯한, 전쟁이 일어났으면 하는 기대가 섞인 듯한 말을 한다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크게 피해를 입는 사람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인 국민이다. 집이 부서지고 가족이 사망하고, 주변에 불이 붙어 아무것도 손을 쓰지 못한다.

그저 무섭고 두려움에 떨기 마련이다. 북한에서 장거리포를 쏘면 가장 먼저 집중포화를 받게 되는 서울은 또 어떤가. 우리나라의 인구 절반 이상이 밀집돼 있는, 세계적으로도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가 아닌가. 그런 대도시의 인구가 전쟁이 났으므로 모두 자동차를 몰고 피난길에 나서면 그야말로 교통대란을 이루게 되고 적군의 가장 편안한 공격대상이 되고 만다.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울산시청 공무원의 말대로 한 번 붙어서 설령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전쟁과정에서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재산피해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무엇으로 배상하고 위로를 할 것인가.

또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들어갈 천문학적인 비용과 경제적 손실은 무엇으로 감당할 것인지 ‘한 번 붙어보자’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공무원은 여론을 조성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 같은 경우 시민들이 동요하지 않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사람이다.

지금도 연평도 주민들은 인천의 한 찜질방에서 새우잠을 자고,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연평주민들의 건강이 염려되고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도 예상된다.

찜질방이니까 목욕은 자주 하더라도 입고 있는 옷의 세탁과 건조, 갈아입을 옷가지의 보관과 필요한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공간의 부족이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천시에서는 미분양아파트를 우선 협의해서 연평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세우겠다고 발표했지만 장기적인 대책일리는 만무하다. 고향을 떠나겠다는 연평주민들의 고통을 울산시청의 공무원들은 진짜 강 건너 남의 일 쯤으로 보는 것 같다.

세간에 떠도는 말 가운데 조만간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말 그대로 소문일 뿐이지만 이마저도 울산광역시 공무원의 입에서 나온 소문이라고 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공무원은 자나 깨나 항상 입조심을 해야 하는 자리이다.

알토란 같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안타까운 심정도 제발 생각해 주기를 울산시청 공무원들에게 부탁 아닌 호소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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