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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배내골에서
기사입력: 2010/08/16 [16:16]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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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시인/편집위원
▲   문모근 시인/편집위원

이번 여름은 배내골에서 지냈다.

울산사람들은 ‘배내골’ 하면 아, 거기. 하면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좋은 곳이라면서.

여름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닥치기 전인 7월 초순 경 우연한 일로 배내골을 찾았다가 배내골이 가지고 있는 풍경에 반하고, 물소리에 반하고, 푸른 하늘에 반했다.

또 신불산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 흰 구름의 깔끔한 자태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동을 일으키게 했다.

그러나 그렇게 아름다운 계곡을 가지고 있는 배내골도 사람들이 대규모로 몰리자 몸살을 앓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온 피서용품과 음식물 등의 남은 것들을 제대로 갈무리해서 되가져 가곤 했지만, 일부 피서객들은 텐트를 걷고 난 자리에 그대로 쓰레기를 놓고 귀가하여 다음에 오는 피서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래도 배내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눈에 거슬리는 쓰레기와 수박껍질, 각종 비닐 등을 수시로 수거하고 정리하는 분들이 있어서 배내골의 계곡은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배내골에는 다양한 생태가 숨쉬고 있었다. 해가 지면서 계곡을 따라 수많은 별이 총총대며 다투어 나서고, 별의 형상을 딴 오리온자리, 사자자리, 물병자리 등의 별자리들도 제자리를 찾아 빛나곤 했다.

또 별과 함께 수줍은 듯 얼굴을 드러내는 달은 그 빛으로 인해 주변의 별이 빛을 잃고 조용히 있을 때 미안해하는 모습 그대로 잠시 구름 속으로 숨곤 했다. 그렇게 주변의 사물이 조용히 잠들어갈 때 매미는 아직 목소리를 낮추지 못했고, 바람은 낮게 불었다.

신기한 것은 밤이 되면서 바람도 적게 불고 흔들리던 나뭇가지도 가지런하게 잠자리를 고르면서 계곡은 적막으로 접어들었다.

몇 시간이 흐른 후 새벽 어스름이 다가오면 가장 먼저 잠에서 깨는 것은 바람이었다. 그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살랑 불어오곤 했는데, 그 바람에 나뭇잎이 단잠에서 깨어나고 계곡의 물소리도 늦을세라 잠자리를 개곤 했다.

새벽에 듣는 까마귀의 물음소리를 들으면서 오늘의 배내골은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인지 기대를 높이게 했고, 겁 없는 잠자리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손가락으로, 발등으로 내려 앉아 힘든 날갯짓을 잠시 내려놓기도 했다.

사람들이 자연을 찾는 것은 아마 이런 현상을 몸으로 느끼고 숨결로 함께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 자신이 곧 자연이 되는 것이고, 자연 속에 동화되는 것이 아닐까.

사실 자연은 우리 옆에 그대로 변함없이 있는데 사람이 변해서 자연을 찾는 시간이 부족한 게 안타깝다.

그런데, 나의 주변에서 하는 사람들의 말은 대부분 도심을 벗어나서 좀 괜찮은 시골에 전원주택을 하나 멋지게는 아니라도 그냥 살 수 있을 정도 되는 시설로 만들어 놓고 가끔 친구들과 삼겹살 파티도 열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아직 자연 속에서 사는 옛날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시골과 전원생활을 잊지 못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런 것처럼 최소한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하고 가꾸어야 할 책임과 의무도 있음을 알아야 되겠다.

배내골에서 올 여름을 보내면서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이만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한정으로 많은데 우리가 자연을 위해 무엇을 해 주었는지 깊이 숙고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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