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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가슴이 없는 사람
기사입력: 2010/08/16 [16:14]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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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건영화학 대표/국제pen문학회원
▲ 김의도 건영화학 대표/국제pen문학회원
 
한 성당에 마음씨 좋은 신부님이 있었다. 사람들은 매일처럼 신부님을 찾아와 고백성사 보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같은 죄를 고백한다는 것이었다.
“신부님, 오늘은 누구와 간통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부님, 오늘 누구와 불륜을 저질렀습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신부님은 그런 고백을 듣는것이 아주 지겨워졌다.
어떤 날 미사 시간에 신자들에게 신부님의 고충을 이야기 했다.

“앞으로는 고백성사를 할 때 ‘오늘 누구와 불륜을 저질렀다’ 라고 말하지 말고 ‘신부님, 오늘 누구와 넘어졌습니다’ 이렇게 말하세요.”

그래서 그 다음 부터는 사람들이 고백성사를 할 때마다 누구와 넘어졌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새로운 신부님이 부임했다. 옛 신부가 떠나면서 아무런 언질도 남기지 않은 채.

새로운 신부님이 와서 고백성사를 들어보니 다들 넘어졌다는 소리들 뿐이었다. 그래서 신부님은 독실한 신자였던 시장을 찾아가 자신의 건의사항을 말했다.

“시장님 시 전체의 도로공사를 다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로에서 넘어지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시장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 들었기에 혼자서 껄껄 웃기 시작했다.

이것을 본 신부님이 어렵사리 입을 뗐다.
“시장님 웃을 일이 아닙니다. 어제도 그제도 시장님 부인께서 두 번이나 넘어 졌답니다.”

“.......”

설마 그렇기야 했겠나만, 아무리 처음은 멋지게 시작을 해도 세월이 흐르고 나면 초심은 저만치 달아나고 모든 것이 심드렁해 지는 것이 삶의 이치이다. 

첫 입사 하던날, 결혼식 올리던 첫날 밤, 첫 출연, 첫 경기..... 

모든 일들이 세월속에 닳아 없어지거나 잊혀져가고 만다. 변화무상한 인간의 속성 때문이다.
세상 어디에도 제자리에 있는 것은 드물다. 그래도 맨날 시로 소설로 노래로 끝도 없이 읊어대는 것이 우리들 가슴속에 영혼의 기둥처럼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 ‘사랑’이다. 

가뭄에 갈라진 저수지 밑바닥처럼 각박해진 세상이 사랑의 메마름에 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가슴이 없다면 그게 로봇트 와 다를게 뭐 있겠는가.
시간이 지나 사랑이 스쳐간 자국을 더듬을 수 없어졌을 때 마지막 남아 있는게 있다면 연민이고 친절이고 배려일 것이다.

10년, 20년을 함께 살게 되면 가슴에 남아 있을 연민만으로도 충분히 여생을 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TV에 눈을 박아 놓고 이야기 해도, 연락없이 늦게 들어와도, 외박을 하고 들어와도, 신부님 말씀처럼 넘어졌다 해도 좀 무리한 주문이겠지만, 연민으로 바라보는 넉넉한 가슴 한자락 남아 있었다면 그런대로 용서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체로 신(?)이 동물들을 만들 때부터 수컷에게는 편애가 있었던 게 아닌가도 싶다. 버마 제비나, 사마귀 같이 암컷이 교미후에 수컷을 잡아 먹어 치우는 특별한 것들 빼 놓고는.

따뜻한 가슴을 전제로 우리는 조금 단순해지고 무식함이 때로는 필요할 것 같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용자와 고용자, 성직자와 신도, 업주와 고객, 관료와 서민 이런 모든 이들에게 한여름 폭염 만큼은 아니더라도 따뜻한 가슴을 열고 나눌 수 있다면 바로 거기가 천국이 되지 않을까. 

더위 먹은 소리 같기도 하지만 늘 그런 세상을 꿈꾸며 산다. 

제이슨 도노반 (jason donovan)이 부른 ‘어떤꿈도 이룰것 (any dream will do)’ 이란 노래처럼, 비우고 지우고 없애고 잊어 버릴 때 차라리 그런때에 작은 꿈들이 이루어 질런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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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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