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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요지경
기사입력: 2010/07/26 [13:24]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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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건영화학 대표/국제pen문학회원
▲ 김의도 건영화학 대표/국제pen문학회원

한남자가 이발소 문을 열고 들어와서 조용히 물었다.
“머리깍으려면 얼마나 기다립니까?“ 

이발사는 주위를 둘러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2시간쯤은 기다려야 하겠네요.”

이야기를 들은 남자는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일주일후 그 사람이 다시 이발소에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
“머리깍으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주인은 지난번보다 조금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그시간요.“

괜히 이발도 않으면서 묻기만 하는 그 사내가 조금은 얄미웠기 때문이다. 그 남자는 역시 그냥 나가버렸다. 
이발사는 한편 궁금하기도 해서 옆에 있던 친구에게  “이봐,  저 친구 뒤따라 가서 어디로 가는지 좀 알아 봐줘.“

잠시후 친구가 돌아와서 이발사에게 말했다. “그 친구 자네 집으로 들어가던데..?!“ 웃어보자고 지어낸 얘기겠지만 좀 그럴 듯 하다.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도 있고,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다는 비슷한 의미의 옛말도 있다. 남의 머리는 잘 깎을는지 몰라도 자신의 집 단속에는 허점이 많다는 말이다.

얼마전 대학생 토론회를 마치고 대학생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엉뚱한 말들을 쏟았다가 망신을 당하고 있는 지체 높은 분을 보게된다. 더 높은 곳은 없을 좋은 학벌에 존경받는 직업을 가진 분이 머리도 뛰어나게 좋았고 외모도 출중했으나 정신 윤리나 도덕성의 결여로 입에서 오발탄을 터트리는 바람에 지금 봉변(?)중에 있다.  어찌 그런 사람이 토론대회 심사위원으로 앉게 되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그의 블로그엔 “고추잠자리는 빤스” 라는 어느 여직원에게 던진 망측한 퀴즈 내용도 소개되어 우리를 더 웃겨 주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격도 안되는 사람이 외모나 연륜 학벌 같은 물리적인 조건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식은 많으나 교양이 없어 그렇고 교양이 없다는 것은 좀 떨어진 시쳇말로  ‘싸가지’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좀 엉뚱한 발상이지만 “관계 있는곳에 궁합 있다” 라는 말이 있다. 단순한 표현 같지만 이 안에 무슨 의미가 내포된 것 같아서이다.

궁합은 모든 관계를 넘나들며 인간관계를 끊기도 하고 있기도 한다.

애인 부부 친구 직장의 상하관계 등에도 궁합이 흐른다. 특히 함께 하는 개인이나 조직속에서 이런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보기만 해도 토할 것 같은 상사, 주는 것 없이 꼴 보기 싫은 부하의 관계라면, 한지붕아래 사는 가족이라도 차라리 없어지고 사라져 주는 것이 행복이라면, 일분 일초가 고역이고 지옥이다.

싸가지 없는 며느리와 멀쩡한 시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하기야 요즈음은 며느리가 시부모 길들이는 세상이라 하니 한집에 안살고, 안보고 안 부딪히면 그 뿐이겠지만, 그 죄 값은 그녀들도 역시 늙고 병드는 날에 고스란히 되받게 되는 게 세상의 이치다. 가정이나 사회의 모든 조직에서도 위 아래 좌우 서로 어울리는 궁합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이다지도 요지경인 세상에 오늘도 멀쩡하게 살아 있음에 감사 하기도 하지만, 뉴스나 신문 보기가 겁도 나고 신기한 점도 많다.

아이들이 쉽게 집을 나가고, 제자가 선생님을 두들겨 패기도 하고, 혼숙하며 못된짓 하고, 어른들의 정치는 허점만 보이면 마구 공격해서 그로키로 몰고 가고, 돈은 안주고 줬다고 하는지 받아 놓고 안받았다고 하는건지 도대체 입 다물고 “배 째라” 는 식의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시장바닥 보다도 더 질펀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까닭으로 산다는게 긴장되고 몹시 피곤해진다.

그래도 수많은 근로자들이 흘려주는 향기로운 땀방울의 덕분에 우리가 살고, 전사한 아들의 위로 모금액을 들고와서 국방비에 보태어 쓰라는 존경스러운 시골 할머니의 미담으로 가슴 찡한 감동으로 살고, 복지회관에 머무는 착한 봉사자들의 따뜻한 손길이 있어 오늘도 세상은 이만치 굴러가나 보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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