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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도서관에 지역작가 코너를
기사입력: 2010/07/26 [13:22]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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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시인/편집위원
 
▲   문모근 시인/편집위원
박맹우 시장 3선의 성패, 문화에 달렸다.

울산이 광역시로 되면서 산업도시에서 탈피하려는 시도가 끝없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울산시민의 연간 독서량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비교 평가하는 척도에는 국민이 읽는 연간 독서량과 출판계에서 발행하는 서적의 수와 발행부수 등 독서와 관련한 모든 부문을 점검하고 기록 비교하여 선진국과 중진국, 후진국을 나누기도 한다.

얼마 전 시내의 모 중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나름대로 지방문화의 창달을 위해 노력한다는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놀라운 것은 울산에도 시인, 소설가가 있느냐고 되묻는 것과, 학교독서실에 지역작가의 시집이나 수필집 등 작품집이 한 권도 없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학교독서실뿐만 아니라 울산시 내의 각 구립도서관과 교육청에서 건립한 지역별 도서관도 똑같은 실정이다.

도서관에서 도서를 구입할 때는 미리 예산을 확보하고 집행을 하는데, 한두 명에 불과한 사서들은 시민이 대출한 뒤 반납한 도서정리에 하루 종일 시간을 뺐기고, 신간서적을 구입하려면 서점을 찾아 신간도서 목록을 살피고 리스트정리를 해야 하는데, 어떤 책이 신간이고, 구간인지, 또는 어떤 책이 좋은 책이고 좋지 않은 책인지 구별해내는 능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또 교육청에서 관리하는 도서관은 관장에서부터 직원까지 교육청 소속으로 학교 선생님을 역임했거나 학교 행정실에서 잔뼈가 굵은 공무원이 대부분이다. 공무원세계는 인사이동도 잦아서 도서관업무를 조금 익힐 때쯤이면 또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서 자리를 옮겨간다. 그러니 책을 구입하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편리하게 도서유통업체에 의뢰하여 책을 주문하고 바코드를 붙여 코너마다 배치, 정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지역문학의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인이나 수필가, 소설가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한 권의 작품집을 내어도 책을 구매하거나 읽어줄 독자 없이 사장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울산의 경우 지역에서 활동하는 등단작가의 수는 200여 명 정도이다. 그 가운데 시집이나, 수필집, 소설집 등 작품집을 발간하는 작가들은 년간 30여 명에 불과하다.

한 작가의 작품집을 교육청 관내 중 고등학교 독서실에 한 권씩 비치를 할 경우 500권이면 충분하다. 그럴 경우 책의 정가가 10,000원일 때 50%(국립중앙도서관에서 보전해주는 비율임)를 적용하면 한 작가 당 250만원이면 작품집을 구입해 각급 학교독서실에 비치하기에 충분하다.

이를 30명에게 적용하면 연간 75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연간 1조원을 넘나드는 울산시교육청의 예산이라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또 울산시교육청과 울산시의 연간 총 예산을 더하면 3조원을 훌쩍 넘는다. 말로만, 구호로만 지역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지역작가를 육성 지원하겠다는 공염불은 그만두고 연간 예산의 0.01%에 불과한 지역작가 도서구입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

돌아보면 울산의 축제 가운데 처용문화제, 고래축제, 태화강물축제, 울산예술제, 쇠부리축제, 옹기엑스포 등 작게는 몇 억원에서 크게는 몇 백억원을 육박하는 축제도 있다.

볼거리가 얼마나 있나, 사람이 얼마나 동원됐는가에만 치중하는 전시문화행정에서 벗어나 지역작가 작품의 독서를 통해 정신문화도 충족시키면서 지역문학을 이해하고 올바른 지방문화의 창달에 힘써야 할 때다.

지금의 학생들이 지역작가의 작품집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하고 사회에 진출했을 때 울산에 시인이 있는지, 수필가가 있는지, 소설가는 누구누구가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만큼 울산이 문화도시라고 주장할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다.
울산, 과연 문화도시가 맞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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