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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그 뒤로 태화강이 흘렀다
기사입력: 2010/07/05 [14:39]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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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시인/편집위원
 
▲   문모근 시인/편집위원
2010 태화강 물 축제가 성황리에 마쳤다고 울산의 방송과 언론들이 대서특필하거나 뉴스의 머리를 장식했다.

어느 신문에서는 33만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참여했다고 보도했고, 어느 언론은 50만 명이 넘었다고도 했다.

행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참가한 수십개의 단체 회원만 하더라도 족히 수천 명은 될 터였다.

태화강 사진전시회, 태화강 사랑 글짓기대회, 태화강 영상음악회, 프린지공연, 엄마아빠와 함께 그림그리기대회, 먹거리 시식코너 운영, 프로축구단과 농구단 팬서비스, 뮤지컬공연과 환경전시관 운영, 울산홍보관 운영, 태화강 워터 쇼, 향토음식관 운영, 태화강 수상체험장 운영 등등 어지간한 축제의 뺨을 때릴 정도로 크고 장엄하고 화려하게 꾸며졌다.

백미는 전야제에 있었는데, 유명가수의 공연이 끝나고 태화강 십리대숲교 인근에서 쏘아올린 수백발의 폭죽으로 연출한 불꽃놀이가 그것이다.

월드컵 첫 경기와 같은 날 벌어진 태화강 물축제는 이제 울산시민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관심갖는 행사가 되었다고 울산시청은 보도자료를 발송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가뭄으로 맑은 물을 보여주지 못한 태화강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태화강 물 축제는 운 좋게도 행사를 앞두고 비가 내렸고, 평소보다 많은 강우량을 보였다. 그리하여 태화강의 수질이 깨끗해졌고, 물축제에 참가한 전국의 마니아들도 흡족해 했다.

그런데 올 해, 2010 태화강 물 축제가 있기 하루 전인 6월10일.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태화교 밑의 물은 썩어 있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탁하고 뿌연 상태였다.

저런 물에서 어떻게 수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와 수영복차림으로 헤엄을 치고 있는 참가선수들을 상상했을 때 소름이 끼쳤다.

평년처럼 축제 전에 비가 내렸다면 희뿌연 물이 좀 희석되고 상류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그래도 태화강을 맑고 깨끗하게! 바꾸어 주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축제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축제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간직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수영을 할 때 입으로 들어갔을 그 녹색의 물과 태화강 물속에 있던 부유물질을 잊지 못한다. 행여 수영대회를 마치고 귀가한 후 몸에 피부병이라도 생겼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도 있다. 제발 그렇게 되지 않기를.

장마가 오기 전의 태화강은 어둡고 회색이며 칙칙하다. 발조차 담기 꺼려지는 물이 태화강물이고, 손에 담아 얼굴을 씻기에는 불가능한 물이 태화강물이다.

태화강 상류에 속하는 울주군 범서읍 선바위 주변에서 물놀이를 구경하는 것은 이제 힘든 일이 되어 버렸다. 좀 더 올라가 언양읍 남천이나 작천정 입구에서도 천렵을 하는 사람들을 보기가 어렵다.

그것은 무얼 말하는가. 태화강이 하류뿐만 아니라 상류까지 수질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태화강변에서 멱을 감고 바위에 올라 다이빙을 하던 모습은 30년 전의 일이다.

이제 장마비가 내리고, 태풍도 몇 개가 다가올 것이다. 그 때면 폭우에 생활침전물인 오니가 모두 떠내려가고, 태화강 바닥이 뒤집어지면 태화강물이 깨끗해질까. 그것이 오래 갈까.

태화강변에 태화루가 복원되고, 요트가 떠다니는 그림 같은 광경을 상상하는 것은 울산시민의 염원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 염원이 달성되기에는 먼저 선행되어야 할 문제. 태화강의 물이 계류처럼 맑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태화강 둔치에서 더위를 식히고 휴식을 취하면서 맨발로 태화강에 들어가 물살이 주는 시원함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고 싶다.

언제쯤 그 때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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