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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굴레를 벗으면
기사입력: 2010/03/16 [10:53]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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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건영화학대표
▲    김의도 건영화학대표
어떤날 후배가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길에 서가에서 책 두어권을 빌려갔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그 후배는 다시 빌려갔던 책을 다 읽었노라고 되돌려 주고 갔다.  

그 후배를 만나면 삶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꺼리들을 끝없이 나누게 된다. 책을 많이 읽으니까 이야기 재료가 항상 넘쳐 난다. 옷을 잘 입는 사람도 잘 생긴 사람도 돈이 많은 사람은 더 더욱 아니다. 그저 환한 미소로 주변을 즐겁게 해줄 뿐이다.

찾아 올땐 과자 봉지 하나라도 책상위로 올려놓는 습관 때문에, 과자를 씹게될 뿐이지 결코 사람을 씹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를 만나면 행복해진다.
그를 만나면 웃음이 나올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근심도 걱정도 잠시 저만치 물러나게 된다. 그렇기에 가끔은 쇼킹하지 않은 내용들 때문에 심심하게 될 때도 있긴 하지만.
 
누구하고나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평화스런 세상이 될까.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독서를 하지 않으니 머리가 비어 있게 되고 대화의 고갈이 일어난다. 그럴 때 가장 쉬운 방법이 남의 흉이나 보게되고 열심히 누굴 험담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몰락이나 곤경에 빠짐이 귀를 쫑긋하게 하는 속성이 거기에 있다.
 
하다가 하다가 할 이야기가 모자라면 아무개는 밥먹을 때 맛 좋은 반찬부터 싹슬이를 한다느니 김치를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후빈 다느니... 제법 학벌도 좋은 인간인데 더러운 습관을 가졌다느니... 그런 너절한 이야기로부터, 어느 결혼식에 갔더니 신랑에게 “땡 잡았다” 만세 삼창을 시키는데 그꼬라지가 뭐냐? 라며 거의 욱박지르는 형편까지 이르렀을 때 잠자코 듣던 내가 ‘요즘은 그런 트렌드로 가는 겁니다’ 라고 대꾸했다가 선배에게 혼난 적도 있었다. 자신의 생각과 같을 수 없음이 큰 흉이 되고 만다.

인간 개개인이 서로가 서로에게 존경도 신뢰도 사랑도 아무것도 없음에, 불특정인에게 마구소환되어 즉결 재판을 받게 되고 만다. 남을 칭찬하거나 축복하는 내용은 극히 드물다. 가장 재미있게 건네 듣는 이야기중의 하나는 재벌의 파산이나 지위 높은 사람들의 자살, 그리고 결혼생활의 파경 따위들이다. 마약 복용정도는 순위에서 밀린다.

가끔은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이 고인이 되기도 하고, 별 죄도 없는 사람이 파렴치한으로 몰리기도 한다. 남들이 추락하고 파멸되는 것이,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나 되듯이 흥을 돋우어 말하고 듣게 된다.
 
누군가 스타가 되었을 때 대중들은 그를 쳐다보고 사랑한다. 그렇다고 스타와 당신을 사랑하는건 아니다. 단지 우리 가운데 누구의 인기나 지위를 사랑하는 듯한 아이콘이 필요했을뿐이다.

언젠가 가수 나훈아에게 고약한 이야기가 한동안 나돌았다.꼬리를 물고 이야기꺼리는 풍선처럼 부풀려 들려왔다. 드디어 장본인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바지를 내리는 듯한 흉한 제스츄어로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우스꽝스런 이시대의 자화상이 되고 말았다. 누가 바람을 피워 난리가 났다고 말할 때 나는 가끔 핀잔을 준다. 그사람 그러고 다닐때 커피한잔 보태어준것 있었느냐? 라고
 
지금 일본은 자동차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언제 우리들에게도 그런 불행스러운 일이 혹시 일어날까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 산위의 나무들은 바람을 피하기 위하여 키를 한없이 땅으로 낮추어 산다.산아래 나무들은 아무 위험도 없기에 위로위로 치솟아 오르며 클려고 애쓴다.
 
사람들은 당신의 행복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언론이나 사회까지도 당신의 진심에 초점을 쉬이 맞추려 하지 않는다. 언제나 사람들의 입은 남들에게 얼마나 웃음거리를 들려주게 되는가에 포커스가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홀라당 벗어 보일 자신이 없다면 힘껏 잡것들로부터 도망칠수 밖에 없다. 굴레를 벗으면 행복해지게 되니까 말이다. 사는건 바람과 같다. 바람은 늘 나를 향하여 불어오지만
곧 내 뒤로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버릴것은 버려야 하는가 보다 굴레를 벗어보자, 그런다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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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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