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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전기에 감전 된 듯
기사입력: 2010/02/09 [10:20]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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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울산지방법원조정위원/건영화학대표
월드컵에 출전할 축구용사들은 대회를 앞두고 남아공에서 유럽으로 이동해가며 친선 경기를 마치고 돌아왔다. 뛰고 있는 선수들을 여러 날 지켜본 다음에 엔트리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월드컵에서 훌륭한 결과를 올리기 위하여 티끌만한 편애도 없는 냉철한 판단만이 감독에게 요구될 것이다. 짧은 한 순간의 판단으로 엄청난 결실을 만들어 내어야 하는 감독의 결단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더냐?

남녀가 길을 가다가 ‘첫눈에 반했다’는 말이 있다. 말이 ‘첫눈’이지 수많은 날들의 망설임과 갈등의 경험들이 녹아 있다가 이상형을 만났을 때 폭발적인 감성으로 나타나는 것이 ‘첫눈에 반함’이 아니겠는가. 물론 가끔은 그 첫 만남이 몹시 위태로운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로마 교황청에 유학하다 아프리카의 오지 수단에 첫발을 디뎠던 한 신부의 이야기가 있었다. “하루 한 끼도 먹지 못해 뼈만 앙상한 사람들을 보는 순간 내 몸이 ‘전기에 감전 된 듯’했다”고 세례명 ‘존’(요한)신부는 그렇게 한 순간에 20년 넘게 내전에 몸과 영혼이 메마른 수단에 삶의 닻을 내리기로 결심했다. 발가락이 없어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한센병 환자들과 돌볼이없는 아기들, 하루 종일 한 동이의 물을 얻으려고 걸어야 하는 아낙네들이 사는 마을에 이 신부가 쏟은 땀으로 10년도 안 돼 이 절망의 황무지에 희망의 싹이 돋아났다.

몸소 벽돌을 찍어 나르고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태양열 전기를 일구어 TV도 인터넷도 접속할 수 있는 희망의 땅으로 바꾸어 놓았다. 섭씨40도가 넘는 무더위와 싸우며 하루 수백 명의 주민들을 치료하고 아이들을 문맹에서 탈출시키다가 정작 본인은 48세를 일기로 금년 1월 중순에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부유하게 살 수도 있는 의과대학을 나왔지만 험난한 사제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운명처럼 다가온 ‘전기에 감전된 듯’한 느낌을 붙잡고 희생이라는 단어로는 표현이 한참 모자라는 생애를 마감했다.

“나는 수단에서 매일 희망을 만납니다.”   한 신부의 선종(善終)은 절망에 쌓인 인간들에게 비록 한순간의 감전된 듯 한 느낌의 시작이었지만 엄청난 인류애로 기여 한 바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요즘 조금씩 뜸해지지만 그간 아이티에서는 날마다 생지옥의 소식을 전해왔다.

UN은 물론이고 노(老)배우도 피겨선수도 아이돌 가수도 놀라운 액수의 구호금을 내어놓기도 했다. 아마 그들도 ‘존’신부님처럼 ‘전기에 감전된 듯’ 하다싶이 해서 선행을 베풀었으리라 믿어진다.

2만불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 땅의 많은 교회들도 부흥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물질만능주의에 감염되어 많은 신도수의 자랑과 풍요와 안락을 추구하는 슬픈 모습을 볼 때도 있었다. 쓰다가 남은 것을 준다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구제가 되겠는가.

어떤 어리석은 부자에게 “소유를 팔아 구제하라”고 예수님은 누가복음 12장에서 강조했다. 그분의 가르침은 ‘나눔’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리를 동행하고, 속옷을 달라고 하거든 겉옷까지 벗어주라’고도 하셨다. 물론 수많은 교회들이 지금 아이티를 위한 헌금을 모으고 있음이 얼마나 다행이고 마땅한 일이다.

우리 삶 가운데 어떤 날 어떤 시각에 선하고 아름다운 이를 만나게 될 때,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한순간 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얼마나 엄청난 신의 축복이며 행운인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선을 행함은 너무 많은 것을 따지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기회는 지나쳐 버리고 만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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