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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년과 새 년의 갈림길에서
기사입력: 2009/12/31 [17:46]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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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창호 한국시조시인협회이사
▲     © 울산여성신문
마지막 잎새처럼 남은 12월 달력 한 장을 본다.
 
이런 날엔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보낸 년에 대한 반성과 오는 년에 대한 희망이 교차되곤 한다.

돌아보면 기축년 한 해는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용산 재개발지구에서 발생한 철거민들에 대한 경찰 과잉 진압으로 인한 사망사고를 비롯하여 쌍용자동차 노조사건, 미디어법,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 나로호(羅老號, NARO) 발사및 실패, 신종플루발생, 서해교전,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사고, 임진강 상류에 있는 황강댐(북한측) 수문을 일시에 개방 임진강 수위가 갑자기 상승해서 일어난 임진강 참사, 최근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世宗特別自治市)와 4대강 유역 개발 문제, 김수환 추기경 선종, 노무현 및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등 숨 가쁜 굽이 길을 달려왔다.

금세기 최고의 역사학자로 추앙받고 있는 아놀드 토인비 박사는 그의 걸작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법칙으로 설명하고 있는 데, 자연재해나 외세의 침략 같은 도전을 받지 않은 문명은 스스로 멸망해 버렸지만, 오히려 심각할 정도로 도전을 받았던 문명 등은 지금까지 찬란하게 발전해오고 있다고 하였다.
 
즉 한 문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명의 생존을 위협하는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 극복할 때 비로소 가능하며, 만일 응전에 실패할 때 그 문명은 사망한다고 하였다.
 
그렇다. 우리는 도전에 대한 성공적인 응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처럼 역사의 수레바퀴를 발전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고, 또 헌 년을 보내고 새 년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는 새 년은 경인년이다. 60년 만에 맞게 된 백 호랑이띠다. 호랑이는 사신(四神, 청룡·백호·주작·현무) 중 유일한 실제동물이다.
 
또한 우리 민속에서 호랑이는 산신령 및 산군자(山君子)로 통하는 신앙의 대상이자 중국의 용, 인도의 코끼리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정초에 호랑이 그림을 대문에 내다붙이거나 부적에 그려 넣기도 하고, 조정에서는 쑥범(쑥으로 만든 범)을 만들어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무관의 관복에 용맹의 표상으로 호랑이 흉배를 달아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장가갈 때 새 신랑이 호신장구로서 장도(粧刀)나 주머니에 호랑이 발톱을 달거나 허리에 차고 다니기도 하였고, 여인네 장신구나 장식품에도 호랑이를 새겨 넣기도 했다.
 
심지어 무덤 주위에까지 능호석(陵護石)으로 세워 망자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이런 백 호랑이띠를 역술가들은 ‘황금돼지 못지않게 좋은 띠’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이 없을 수는 없다. 국민들의 지혜를 모은 성공적인 응전으로 더욱 진일보한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길 기대해 본다.

칼릴 지브란은 "사람은 누구나 앞뒤에 하나씩 자루를 달고 다닌다. 앞에 있는 자루에는 남의 허물을 모아 담고, 뒤에 있는 자루에는 자기의 허물을 주어 담는다."는 그리스 속담을 빌어 뒤에 있는 자신의 허물을 담는 자루는 자기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반대로 남들 눈에는 잘 보인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이런 자기 성찰을 통하여 개인뿐만 아니라 분단국가인 우리의 현실까지도 용서와 화해로 그 매듭을 푸는 그런 새 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상처 입은 마음을 가만히 꺼내듭니다/ 섭섭한 이름 두엇 등지고 왔던 길/ 나뒹군 아집 몇 채도 손에 쥘 듯 보입니다// 아집과 아집이 터놓은 길 되기까지/ 상처로 만든 길을 자박자박 가야한다는 걸/ 제 등피 닦은 등불이 또박또박 일러줍니다// 깊이 팬 상처 속에 적의를 골라냅니다/ 수채물감 풀어내는 갈맷빛 하늘 한 폭/ 호명한 이름 두엇이 수정처럼 반짝입니다 -졸시, 갈맷빛 하늘을 보며-」는 그런 나의 바람이 담겨져 있다.
 
새 해, 모든 이가 소원성취 만복래! 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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