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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죽이기 삽질을 중단하라
기사입력: 2009/11/23 [09:21]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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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주 시인/민중문화정책연구원장
▲     © 울산여성신문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하늘의 뿌리』라는 소설에 풍뎅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범 수용소에서 8시간 동안 시멘트 포대를 나르는 중노동을 하던 주인공은 자기 얼굴에 부딪쳤다가 떨어진 풍뎅이가 땅에 떨어져, 등을 땅에 대고 버둥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풍뎅이를 바로 세워주었다. 얼마쯤 가다가 또 바동거리는 다른 풍뎅이를 뒤집어 주고, 또다시 가다가 그 일을 거듭했다. 그 일을 하자 지쳐 쓰러지려하는 몸에 힘이 솟았다. 다른 정치범들도 풍뎅이 구조에 나섰고, 수용소 안에는 새 바람이 일어났다. 정치범들이 피로로 인해 쓰러지는 일이 없어졌다. 감시병들은 그 일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정치범들이 넘어져 있는 풍뎅이를 찾아 뒤집어주는 일에 몰두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 감시병들은 풍뎅이를 찾아다니면서 모두 밟아 죽였다.

 
풍뎅이를 뒤집어주는 일은 인간 존엄성을 살리려는 의지이고, 그것을 뒤집어주는 일을 하지 못하게 풍뎅이들을 밟아 짓이겨버리는 짓은 그 싹을 말리려는 잔혹한 의지이다. 인간 존엄성을 참되게 살리는 일은, 미물들 생명을 존엄하게 여기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보잘 것 없는 미물들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 인간은 결국 스스로의 인간성을 마멸시키는 자인 것이다.

 
인간은 죽은 자에게 삼가 제사를 지내고, 떨어진 꽃잎에도 사랑을 주려 한다. 오래전부터 인간주의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다. 우주 속에는 인간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 혼자서만 살기 위하여 인간 이외의 것들을 다 몰살시킬 때 그 일로 인하여 결국은 인간들이 죽게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 생태와 개구리나 뱀이나 지렁이나 개미나 풍뎅이 생태는 똑같다. 인간주의의 대안은 우주주의다. 이 세상이 참으로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 중심주의에서 우주 중심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녹색 저탄소의 생활화란 말도 우주주의에서 나온 말이다.

 
이명박 정권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4대강 살리기를 추진한다며 4대강 죽이기 삽질을 시작했다. 그 사업은 단순히 인간 편의만을 위하여 주위의 모든 것들은 파헤치고 짓뭉개는 것이다. 강은 막힘없이 흘러야 하는데, 보와 둑을 높이 막고 토사를 준설한다면, 기왕에 살고 있던 미생물과 물고기들은 다 죽을 것이다. 인간은 현실적으로 고달픈 삶을 살지라도 주위의 꽃이나 새와 짐승들과 더불어 호흡하면서 살면 싱싱해진다. 꽃과 새와 짐승들 속에 인간이 들어 있는 것이다. 지구 생태를 올바르게 되살리려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 일에 신명을 다해 몰두하는 것은 깨끗한 지구를 만들고, 그것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다.

 
이명박 정권은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방법을 오직 거대한 토목공사에 두고 있다. 강의 둑을 높이고, 강바닥에 보를 만들어 수위를 높이고 바닥의 토사를 준설하고, 수량을 많게 하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결국은 운하를 하겠다는 것이다. 직접 사업비만 22조원에 간접사업비 19조원을 합하면 41조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4대강 사업의 핵심 쟁점은 사업의 정당성, 사회복지예산을 투입한 어마어마한 예산, 환경파괴 문제다. 나라 재정이나 예산 우선순위, 국토환경보전 등은 모두 이명박 정권이 강조한 ‘백년대계’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들이다. 그런데 사업 필요성은 4대강 죽이기 홍보로 강변하고, 사업비는 절반 가까이를 공기업과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편법으로 처리하고, 나머지도 사회복지 관련 예산에서 전용하여 충당하며 환경문제는 졸속 평가로 건너뛰니 4대강 사업을 무지막지한 재앙사업이라고 비판하는 필자의 경고가 머지않아 현실화할 것 같다.

 
강의 흐름을 그렇게 인위적으로 바꾼다는 것은 우주 율동에 위배되는 것이다. 우주 율동은 순리인데, 그것을 깨고 바꾸는 것은 역리다. 큰 강의 수위를 높여 놓는다면 지류에서 흘러든 오·폐수들이 모두 그 강으로 흘러들어간다. 한반도 남쪽의 모든 강은 오폐수 저장고가 될 것이고, 그것들은 지하수로 흘러들 것이다. 바다는 육지의 물을 정화시키는 화학공장이다. 강물은 수시로 흘러 바다로 내려가 정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평소에는 내내 강에 고여 있다가 홍수 때에 와르르 흘러간다면, 바다도 또한 죽어가게 된다. 4대강 살리기 정책은 녹색성장이라는 것과는 정반대로 나아가는 4대강 죽이기 정책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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