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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슬럼프
기사입력: 2009/11/23 [09:16]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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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건영화학대표/울산지방법원조정위원
▲     © 울산여성신문
우리나라 남성 직장인들 가운데 30~40대를 중심으로 남자로 사는 것이 괴로울때를 질문했다.  

가장으로서 권리는 별로 없고 의무와 책임만 요구 될 때가 가장 많았고 승진 출세해야만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가 다음으로, 생계를 위한 지겨운 일상을 반복할 때 그리고 억지로 술을 마셔야 할 때, 아내의 바가지 긁는 소리를 들을 때의 순으로 그 대답이 다양했다.  

그래서 이 땅의 남자들은 ‘피곤하고 무기력하다’에서 누군가 그립다, 우울하다, 나는 쓸모가 없는 사람이다 등으로 어두운 생각들이 뒤를 잇는다.

앗차 하면 우리 가운데 누구라도 이런 병 아닌 병에 걸려 끝내 슬럼프에 빠질 위험이 많다.
 
어떤 부부가 차를 몰고 가다가 옆 차선으로 끼어들었다.  
깜짝 놀란 트럭기사가 “야! 너 뭐야! 이런 바보 등신 머저리 같으니라고…. 등 심한 욕설을 마구 퍼 부었다. 이때 아내가 남편에게 “여보! 저 사람 당신 알아요?” “아니 처음 보는 사람인데!” “그런데 어떻게 당신에 대해 그만치 소상하게 다 알고 있나요?”
이쯤 되면 막가는 마누라이다.  

남편이 흔들릴 때 약하고 무능력해 보일 때 그런 때에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몸 섞어 사는 사람이 위로하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엄마 앞에서는 팬티를 갈아입지 않아도 아내 앞에서는 쉽게 속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이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 세상에 있겠는가.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쉬운 손님이다.

폭풍처럼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밀어 닥쳐 모든 활동을 정지 시킬 정도의 엄청난 녀석이 있기도 하고,  마치 주가의 오르내림처럼 주기적으로 곡선을 그리며 찾아오는 정기 슬럼프 같은 놈이 반갑지 않게 찾아오는가 하면 그저 생계형 밤손님처럼 슬쩍 왔다가 어물쩡  떠나버리는 물색없는 슬럼프도 있겠다.  

어둡고 긴 슬럼프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그동안 가장 가까운 입장의 옆 사람들은 애정 어린 마음으로 협조하며 기다려 주어야 한다.

그런 사람 곁에두고 맨날 바가지만 긁어 댄다면 끝장으로 달리는 지름길 일수 밖에 없다.
인간은 언제나 슬럼프를 만나고 슬럼프속에 산다.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에 감당해야 하는 형벌 같은 거다.  
그러나 어쩌랴! 싸우고 또 견딜 수밖에. 정말로 무지하고 바보 같은 인간들에게는 슬럼프라는 말조차도 필요치 않다. 존재 그 자체 만으로도 타인에게 짐 되는 사람도 우리 주위에는 제법 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아갈 방도를 찾으면 되는데 맨날 ‘이’ 타령만 하고 있다면 정말 피곤하다.

아빠 엄마도 없는 어린 누나가 남동생 둘을 데리고 쪽방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았다.  

여름날 철없는 동생들을 벗겨놓고 때를 밀어주는 눈물겨운 이야기도 들었다. 누가 형만한 아우 없다고 그러지 않았던가.

때로는 훌륭한 동생을 섬기는 못난 형을 빗대어 ‘효령대군 북 가죽 같다’는 말도 있다.  
효령은 동생인 세종(충녕)이 세자가 되자, 절에 들어가 오랫동안 가죽이 늘어지도록 북을 두드렸다 해서 나온 말이다.  

효령은 90세가 넘도록 성종까지 6대에 걸쳐 왕실 최고 어른으로 극진한 존경을 받기도 했다.  형의 조용한 처신이 동생 세종의 활동을 음으로 도왔기 때문이다.  

형님의 슬럼프가 동생에게는 오히려 위대한 은덕으로 남게 되는 교훈이다.
얼마전 이땅의 큰 재벌가의 회장님 한분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왜 그랬는지 자세히는 알 길 없으나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에게나 도저히 걷기 힘든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것만은 비슷한가 보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슬럼프를 감당 할수 없었던가 보다.  

잘난 형도 넉넉한 동생도 그들에게는 없었던게 비극의 씨앗이 된 것 같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 비우지 못한체로 산다는 것, 그거 참으로 엄청난 결과인 것 같다.

명절날 하찮은 선물이라 할 수도 있는 식용유 한통을 보내면서 “더욱 윤기나는 나날들을 보내세요” 라고 쓴 카드를 넣었더니 받은 사람의 말이 “그것은 더 이상 식용유가 아니었다”는 찬사로 답했단다.  

이런 가을에 커피 한잔 값으로 노오란 국화 화분 작은 것 하나들고 슬럼프에 빠진듯한 친구를 찾아가서 놀아보자.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말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을 전해주자 “힘 내세요! 당신….” 그렇게 말해보자. 인생! 그거 뭐 별거 있겠나.  나와 그대들을 위하여 ‘쨍’하고 해뜰날을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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