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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가을. 책 그리고 편지
기사입력: 2009/10/15 [15:25]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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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울산지방법원조정위원
▲     ©울산여성신문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앞에 와서 편지를 쓴다.  - 중략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네에게 편지를 쓰나니  - 하 략 -
사랑 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시인의 時 한편이다.

이 가을엔 잉크가 잔뜩 배어나는 만년필로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그리하여 저쪽 그리운 사람들의 우체통 가득히 사랑의 소식이 넘쳐나게 하고 싶다.
 
가난했던 지난날, 그래도 우리는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다. 밤새 고쳐 쓰느라 휴지통을
채운 파지들, 빨간 우체통 앞에서 수없이 망설이던 발길. 끝내 부치지 못하고 가슴속에
주워 담았던 우리들의 아쉬운 날들을 우체통은 알고 있다.

“가을에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엔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 감미로운 노래가 이 계절에 잘 어울린다.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지난날 우리를 끈끈하게 얽어매던 사랑의 편지, 거기 편지를 꽂아 넣던 기억은 이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메일과 문자가 편지를 대신해서, 우체부 아저씨는 자전거에서 오토바이로 각종 광고물과 안내장 고지서 전달로 바뀌었다.

빨간 옛날의 우체통은 애물단지로, 그리움이 되어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 편지를 기다리지 않는다. 단축 다이알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저쪽 목소리가 급히 전해오는데, 뭐하려 고리타분하게 편지를 쓰는가 말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편지는 사람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기계도 사용하고 편지도 쓰게 될수만 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끝내 남기는 하지만.
편지를 쓰지 않는 사람은 책도 잘 읽지 않는거 같다.

인생에서 길을 잃고 방황할 때마다 책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현실을 극복하고 변화된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책은 우리들에게 때로는 울타리로 때로는 사다리가 되어 꿈을 꾸게 하며 해결 방법도
제시해 준다. 만약에 책이 없다면 자연과학은 정지하고 정의는 잠자며 철학도 문학예술따위들도 세상에 없다.

그래서 가장 좋은 친구를 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눈빛과 목소리도 조금은 다른거 같고, 그들의 가슴속에는 남다른 꿈과 세계관이 자리하게 된다.

뛰어 넘기 힘든 고통이 우리를 가로 막을 때 그런때도 친구인 책을 손에 들고 해결한다면 책은 길을 제시해 준다.

성경책에 나와 있는 시편이나 잠언은 더 할 나위 없는 위로를 준다.
시인 신달자는 TV에서 청어 이야기를 했다. 유난히 청어 장사가 잘 되는집엘 가 보았더니 청어가 들어 있는 큰 단지에 가물치 한 마리가 휘졌고 다니더란다.

청어는 가물치에게 살이 뜯기고 피도 나지만, 죽을 힘을 쓰고 피해 다니기에 오래 살아 남게 된다.
 
가물치는 청어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이지만 살아남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게
만드는 삶의 증폭제 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가물치는 무었이던가. 질병과 가난 때로는 부모,형제,부부,자식 가까운 친구까지도 가물치 일 수도 있다. ‘천생연분’이 던 것이 “평생 웬수”로 변해서 가물치가 된 것이다.

차라리 없기라도 하면 새로 시작하기라도 하련만, 한평생 그러고 사는 사람도 많은거 같다. 그럴 때 책을 가까이 친구로 삼으면 큰 위로가 된다는 말이다.

눈이 밝으면 그냥 읽고 눈이 어두우면 돋보기를 끼고.... 자유가 사라진 감옥의 힘든 생활중에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고 새 사람이 되어 세상에 나온다.
물론 잡범들은 더 못된 인간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삶속에는 누구나 고통이 있다.
다 포기하고 주저 앉고 싶을 만큼.
그러나 좋은 책을 가까이 하다보면 그 속에 길이 보이게 된다.

요즈음은 영상시대가 되어 편지도 외롭고 책도 많이 외롭다. 비싼 커피는 마셔도 책을
돈주고 사는 것을 아까워 하는 사람도 많다.
 
좋은책 좋은글에다가 빨간 볼펜으로 밑줄도 긋고, 침 발라 책장 넘길 때 나는 소리도 즐기고...... 평생 거지처럼 살다가 죽을 요량이면 책 따윈 필요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밥숫가락 까딱이며 중산층 행세라도 제대로 하며 자녀 키우려면 머릿속에 든 것도 좀 있어야 행새할 수 있지 않겠느냐.

세상은 돈만 많이 있어도 행복할 거 같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모양새도 괜찮고 가진것도 조금 있고 머릿속에 든거까지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닐까.

이번 가을에는 책도 읽고 편지도 좀 써 보자.
커피한잔의 행복이 거기에 있는데 그걸 모르니 참 딱하기도 하다.
우리가 별로 탐탁해 여기지 않는 일본에서는 책을 많이도 읽는다던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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