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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추석이 오면
기사입력: 2009/09/30 [10:16]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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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울산지방법원조정위원 건영화학대표
▲     © 울산여성신문
파리북서부 노르망디 해변의 작은 항구도시 ‘디에프’에 사는 시내버스기사들과 병원의 간호사, 세무청의 말단 직원, 시청의 직원등 200여명은 얼마전 아름다운 선물을 받았다.

 
시각 장애인이었던 ‘잔 브로망’할머니가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작년 3월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죽기전, 자신에게 ‘작은 친절’을 배풀었던 시내버스기사들과 친절한 이웃들에게 우리돈으로 약 5억원 정도 되는 유산을 상속했다는 통지문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던 버스 기사들은 “하얀 비옷을 입고 하얀 지팡이를 짚고 다니던 노파를 기억하느냐?”는 유서를 읽고서야 작년 3월 이후 자취를 감춘 한 할머니를 겨우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녀는 기억나는 운전기사들과 할머니를 도운 이웃들을 일일이 유서에 기록했다.
정거장을 아예 무시하고 할머니만 보면 아무데서나 버스를 세워주던 인도인 기사 아저씨, 늘 할머니를 부축해 차에서 내려주던 청년기사, 간병을 위해 고생한 간호사와, 할머니가 나타나면 늘 줄선 뒷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제일 먼저 민원을 처리해주던 시청공무원도 상속인 명단에 들어 있었다. 두리뭉실한 유서 내용탓에 상속자격자를 가려내는데 17개월이나 걸렸다니 그 공무원도 대단한 일을 치루긴 했지만......
 
 
이제 얼마지나면 추석이다. 어린날 지독히도 못 살던 시절에 새옷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추석이 되면 사줄께”가 어른들의 약속이었다. 새 옷 얻어 입고 송편을 배불리 먹던 추억이 해마다 추석이 다가오면 떠오르게 된다.

 
아직 어려운 이웃들도 많기는 하지만 대부분 먹고 입는 일에는 그다지 불편하지 않게 살기는 하는데 웬지 씁쓸함을 완전히 지울 수 없는 일이 남아있다.

 
고향으로 떠나는 자동차들이 고속도로를 매우고 달려가지만, 고작 하루이틀 부모형제 곁에 땜질 하듯 함께 지나다가 황급히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오랜 기다림이 어디 하루이틀 밤으로 채워질 일이던가. 시골의 부모님들은 떠나가는 자녀들의 뒷꽁무니를 엉거주춤 배웅하며, 저게 언제 또 올까 슬픈눈을 애써 감추고 망부석처럼 동네 어귀에 서 있다. 그것이 바로 젊은 우리들의 훗날 모습인 것을......

 
그나마 고향을 찾아가는 마지막 세대 일지도 모를 일이다. 추석은 둥근 보름달이 강산을 밝혀 주는 아름다운 명절이기도 하지만, 한편 제사음식을 밤새워 만들어 내는 아낙네들에겐 고달프기 짝이 없는 고통의 명절이기도 하다.

 
아파트 대출 재정을 땜질하기도 바쁘기만 한데 이리저리 쪼개고 나누고 해서 부모님 용돈 챙기기가 어디 예사 일이던가.

 
그래도 있어야 할 것은 있어야 하고 치루어야 할 일은 힘들어도 감당해야 할 일이었다면 차라리 기쁜 마음으로 맞이 해야 할 것이다.긴 시간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 우리는 무슨 생각들을 하게 될까.

 
연애 때의 설렘과 떨림은 백화점 ‘한정 판매 상품’같은 것이라서 머무르는 순간은 지극히 짧아 함께 가는 그 길이 짜증나고 더러는 말 다툼도 벌어 질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모든 감정을 물건 쓸어가듯 싹슬이 한 다음이라 위로하면서, ‘옛날의 금잔디’의 예쁘던 추억을 곱 씹으며 행복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산다는 것 자체가 때로는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그렇다고 ‘오늘 당장 죽을래?’라고 물었을 때 극단적인 입장이 아니라면 아무도 찬성하지 않는다.

 
오페라 ‘아이다’ 중에서 ‘이기고 돌아오소서’ 란 대목이 있다. 연인이자 에집트의 장군 ‘라다메스’의 승리를 기원하는 에디오피아 공주의 기구한 운명을 담은 노래이다. 한편 연인 장군과 맞 싸울 상대는 공주의 아버지이자 그녀의 조국이기에, 공주 ‘아이다’의 가슴은 괴롭기 그지 없다.

 
추석이 몹시 기쁜 명절이면서도 우리의 마음은 때로 어둡게 만드는 것은 무거운 ‘인생의 짐’이 우리를 누르기 때문이다.
 
 
앞 못보는 할머니가 일생을 살며 남긴 애틋한 돈으로 그녀에게 작은 친절을 배풀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었듯이 우리도 이번 추석에는 우리와 나눌 수 있었던 작은 기쁨 작은 친절에 감사하는 아름다운 마음들을 서로 나누고 돌아오면 얼마나 보람되고 좋을까. 추석은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보는 좋은 기회의 명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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