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 오고 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고 연일 경기악화다. 구조조정이다. 세계경제가 곤두박질친다고 메스컴은 떠들고, 신문 지면도 그에 뒤질세라 경제면을 어둡게 장식 한다. 그래서 우울하다. 그래도 한 해를 보내며 ‘망년회’ 라는 이름의 모임은 잦아진다. 그 횟수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냥 보내기가 섭섭해서라도 모임은 생긴다. 모임이 잦다 보면 ‘말’ 도 자연스레 ‘이야기’라는 이름을 달고 분위기를 돋우는 데 여기서 우리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한 두 사람 모이고 분위기가 썰렁해도 이내 술잔이 돌고 배가 부르면 분위기를 압도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것이 묘하다. 처음의 썰렁함은 간데없고 시끌벅적 떠드는 사이, 분위기를 잡던 사람은 의외로 조용해진다. 그런데 모임은 그런 사람이 없이는 별로 재미가 없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분위기를 잘 잡는 사람은 말을 잘 하는 사람이다. 말은 이런거다. 꼭 필요할 때. 그리고 많이 지껄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족집게처럼 콕! 찍어서 하는 역발상의 스피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것은 말 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생활 속에 ‘생각’ 이라는 도구 하나를 더 가지고 시야를 넓게 가지는데서 가능성은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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