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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치
'구매력과 실천력'...광고끊기운동주역은 '아줌마'
기업관계자 "주부들 평판과 입소문이 언론 '협박' 보다 더 무섭다"
기사입력: 2008/06/21 [14:21]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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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 기자
"처음에 전화할 때는 막 떨렸어요. 무슨 소릴 하느냐며 전화 끊어버리면 어떡하느냐구요. 하지만 미국쇠고기 수입에 대한 조선일보 등 조중동의 보도태도에 우리가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 그런 신문에 회사가 광고를 하면 오히려 역겨움을 느끼게 된다며 차근차근 설명했더니 그쪽(회사측)도 잘 알겠다며 사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더라고요."

최근 주부들이 주요회원으로 활동하는 한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경제5단체와 한나라당에 이어 법무부까지 나서 누리꾼들의 광고끊기운동을 막으려들 정도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이른바 조중동 보수신문의 광고끊기운동이 과거와 달리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20~40대 주부의 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포털 다음이나 네이버의 여성들이 주축이된 생활 카페에서는 어느 곳을 가리지 않고 최근 들어 이와 같이 광고끊기운동을 하나의 '숙제'로 규정하고, 매일매일 이들 보수신문에 광고하는 기업과 그 기업의 공개된 전화번호 등을 게재해놓고 있다.

이 '숙제거리'를 본 오프라인의 주부들은 실제로 기업에 전화를 걸어 왜 조중동 보수신문에 광고를 하는 기업에 항의전화를 거는지 조목조목 설명을 하는 것으로 숙제를 마친다. 그리고 그 경험담을 다시 카페 등의 게시판에 올려놓는다. 경험담은 날이 갈수록 세련돼 간다. 조중동 보수신문이 보도하듯이 '협박'이나 '폭언'이 아니라 '차분한 설명'이 주조를 이룬다.

포털 다음이나 네이버의 카페 이외에도 가입회원수가 많고 끈끈한 단결력을 자랑하는 '마이클럽' '82쿡닷컴' '소울드레서' 등의 회원들은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있고 구매력도 큰 20~40대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숙제를 하는 이유도 조중동 보수신문이 주장하듯이 '사이버 테러'나 '특정 신문에 대한 증오심'이 아니다. 이들이야말로 식탁을 책임진 주부들이 다수이며, 학교급식에 무방비로 노출된 자식들의 어머니들이기 때문이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쇠고기가 한국에 수입될 경우 무방비로 노출돼야 할 1차적 당사자들인 셈이다.

조중동 보수신문에 대한 광고끊기운동이 바로 이러한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이 이들 커뮤니티에 있는 주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중견기업의 홍보실 관계자는 "40대 주부의 목소리로 여겨지는 사람으로부터 조선일보에 광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는 "남의 회사가 매체에 광고하는 것까지 간섭하느냐 싶어 욱하는 마음에 아니 누가 돈주는 것도 아닌네 이런 전화 왜 하느냐고 퉁명스럽게 반문했었다"면서 "그랬더니 '좋은 제품을 사고싶은게 소비자 마음이듯이 좋은 신문을 보고싶은 것도 소비자 권리'라면서 이런 소비자운동을 하게 된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는데 반박할 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즉 구매운동과 불매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조선일보에 광고하지 않는 어디어디 제품을 샀다, 광고를 하지말아달라는 부탁에도 불구하고 계속 조선일보에 광고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겠다며 수퍼마켓주인에게 앞으로 이회사 제품을 들여놓지 말아달라고 얘기했다는 등의 글들은 온라인에서보다 오프라인에서 더 위력이 있다.

라면업계의 라이벌인 삼양식품과 농심의 희비교차는 대표적인 경우로 꼽힌다. 비슷한 시기에 라면에서 금속이물질이 나온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은 소비자들이 '구매운동'을 선택한 반면, 바퀴벌레가 나온 농심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으로 맞섰다. 이런 오프라인의 운동은 두 기업의 주가에 바로 반영되기도 했다.

최근 조선일보로부터 ‘법적 대응’ 경고를 받은 ‘82쿡닷컴’의 일부 회원들은 오는 22일 조선일보사 앞에서 경고 공문에 대한 항의 기자 회견을 준비 중이다. 김혜경 ‘82쿡닷컴’ 대표는 "조중동의 보도 태도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그런 태도를 보이니까 오히려 회원들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지는 것 같다"며 "배후가 없는 풀뿌리 운동이 갖는 특성인 것 같다"고 말했다.

10대기업에 속하는 대기업의 홍보실 관계자는 21일 "지금 광고끊기운동을 주도하는 주부들은 다양한 제품의 일차적 소비자로서, 그들의 평판이 신문이나 방송의 광고보다 더 무섭다"면서 "기업이미지와 관련돼 있는 일이어서 주부들이 광고를 끊어라고 부드럽게 요청하더라도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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